메뉴 건너뛰기

그외 어렸을 땐 노래 잘했는데.. 하는 후기
863 4
2022.01.23 03:16
863 4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코노 가서 노래 불렀는데 진짜 너무 못하고 기억 속의 내가 아니라서 그리고 그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울었어


물론 당연히 그 때도 테크닉 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거나 장기자랑에서 나보다 잘하는 애한테 밀렸을 때 조금 분했다거나 하는 쫌쫌따리 기억도 있지만 

정말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게 노래였는데


부모님이랑 싸우고(혼나고?)나서 말없이 둘 이 차 타고 가고 있는데,

평소에는 제발 틀어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정신 사납다고 안 틀어주시던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씨디 말 없이 틀어주셔서

처음 한 두곡은 이런식으로 이럴 때만 치사하게 틀어준다고 내심 삐져있다가도 결국 집에 도착할 때 쯤엔 진짜 지나가는 사람도 들릴정도로 부르던 기억도 있고


내가 중학생 땐, 무슨 그런 칙칙한 노래만 좋아하냐구, 감정에 푹푹 절여진 질질 짜는 노래만 좋아하냐고 놀리던 동생이 나중에는 자기도 고1쯤 되니 

이젠 왜 그 노래 좋아하는지 알겠다고 막 나한테 와서 가사 분석한거 알려줬을 때 이 짜식이 결국 좋아할 거면서 진짜 그 땐 왜 그렇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놀렸나해도

내심 내 취향 인정 받은거 같아서, 그리고 같은 감정을 공유가 가능해서 기뻐했던 기억도 있고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장기라고 할 만한 것도 이거 하나였고

친구들하고 처음 같이 상 탄 것도 

내가 슬프거나 신날 때 나는 내 기분을 대변해줄 노래를 듣고 부르는게 일상이었는데 

그냥 항상 흥얼거리고 외우기 싫어도 외워지는게 가사였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그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나던 그 시간 그냥 노래에 동화된 채로 위안 받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부르는 노래는 목소리도 안 나오고 숨도 딸리고 언제 숨을 쉬어야 하는지 언제 볼륨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다 반자동으로 되던 것들이 하나도 안 남았더라

내가 무슨 직업이 가수도 아니고 그리고 당연히 아니니까 거의 십 년 넘게 아예 안 불렀겠지만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당연히 삶의 일부였던 것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된 채로 엉망진창이 된 게 너무 슬프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브링그린X더쿠💚] 민감한 트러블 피부의 썬케어, 브링그린 #민트썬! <브링그린 티트리 시카 톤업 선쿠션> 체험 이벤트 386 05.27 26,893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4,019,95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736,5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1,156,883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2,359,075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190 그외 ㅅㅇㅅ 수술 후기 2 01:22 189
179189 그외 초딩 막내 동생 핸드폰 바꿔주려는데 핸드폰 추천 바라는 후기 5 05.28 209
179188 그외 카드수납도 되고 맥세이프(무선충전)도 되는 아이폰 케이스 있나 궁금한 후기 3 05.28 171
179187 그외 기내용목베개 추천바라는 중기 목이 너무 아팡 4 05.28 146
179186 영화/드라마 퓨리오사 후기 ㄴㅅㅍ 5 05.28 326
179185 그외 정신과 약 맞는 거 찾는데 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알고 싶은 후기 11 05.28 186
179184 그외 집정리업체 이용해본덬 있는지 궁금한 초기 4 05.28 268
179183 음식 성심당 망고시루 구매 후기 3 05.28 1,006
179182 그외 안해도 되는 대출 중도 상환한 후기.. (착오송금 도움 청하는 중기) 8 05.28 574
179181 그외 경찰민원 넣으면 내 신원도 공개되는지 궁금한 중기 1 05.28 265
179180 그외 과일 털 알레르기가 좀 서글픈 후기 5 05.28 233
179179 음식 맛있는 페퍼민트티를 찾는 후기 13 05.28 278
179178 그외 옷 수선비가 너무 비싸서 손바느질 하는 초기 9 05.28 871
179177 그외 요 근래 침대에 누워있다 진짜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거 같은 느낌 나는 후기 7 05.28 690
179176 그외 골프알못 라운딩이 궁금한 초기 3 05.28 205
179175 그외 생각이 너무 단순해져서 위기감 느끼는 중기 3 05.28 293
179174 그외 늘 불안하면 불안장애인지 궁금한 후기 3 05.28 244
179173 그외 개인신상 물어볼때 얼버무리듯 대답하면 많이 이상하지? (궁금 중기) 13 05.28 783
179172 그외 해리포터 촬영지 셀프투어 후기 6 05.28 699
179171 그외 adhd가 생길수도있나 9 05.28 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