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이 정말 3월 직전에 나서 아무 준비 못하고 당황스럽게 5학년 담임을 맡게 됐음.
내일이 종업식이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3,4월에는 밀려드는 일이랑 내 스스로 옳다고 생각했던 교사로서의 규칙때문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음.
아마 올해 새로운 애들을 받아도 마찬가지일거라 예상되긴 하는데ㅋㅋㅋㅜㅜ
3,4월에는 내 욕심이 많았었고, 애들이 워낙 유순해서 내 말대로 다 따라오긴 했었으나 무지하게 지루했었을것같아.
5월이 지나가면서부터 반에서 밀려들듯 소소한 사건 사고가 매일같이 터지고, 휴식 없는 일정에 지치고..
하이라이트로 방학식 바로 전날 대형사고가 뙇 터졌었지ㅋㅋㅋㅋ
내딴엔 수업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사건 해결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전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너무 허덕였던것 같아.
까말 마음이야 허덕였지 실제로 그렇게 노력을 했냐하면... 매일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에 바빴음.
여름방학이 지나고 내가 좀 욕심을 버리고 나니 반에서 사고치던 애들도, 존재감 없던 애들도 하나하나 다 예쁜 구석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오늘까지도 예쁜 구석이 없던 애도 있긴 했어. 그래도 그 애한테도 가르치고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다....
여튼 애들 이쁜 구석이 다 보이기 시작하니까 애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면 나도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
수업이란게 참... 애들이 다 재미있어하면 애들도 좋고 나도 좋을텐데, 수업이 재미없으니 애들은 지루하고 그걸 보는 나도 속상하고.
그래도 애들 기본이 대부분 성실해서 알아서 다들 잘 하긴 하더라만....
2학기때도 대형사건 하나 있어서 진짜 식욕이 사라질정도로 스트레스 받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했던것같아서 또 후회됨.
개학하고 하루하루가 지나가는데 정말 많이 아쉽더라.
이렇게 괜찮고 예쁜 애들 데리고 나는 왜 그것밖에 못했을까.
맨날 혼만내고 조용히 하라고만 하고.... 칭찬은 왜 그렇게 짜게 했는지, 생뚱맞은데서 군기는 왜 그렇게 잡았는지(ㅋㅋㅋ 사실 이건 애들 성향이긴 함)
그냥 좀 더 잘 할수 있었는데 내가 왜 그렇게 부정적이었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고.
새 학기를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계획도 많이 하고 결심도 하고 있는데, 내 사랑스러운 첫 제자들한테 그렇게 못해준게 너무나 아쉽다.
내일은 그래도 통지표 나눠주면서 칭찬 한마디 조언 한마디씩이라도 해주려고 마음먹고는 있는데...
그냥 지금 애들한테 못한게 너무 많아서 아쉽고 후회된다.
새로운 애들을 지금 애들만큼 예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