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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세 명의 룸메이트를 겪어본 이야기(for. 친구와의 자취를 고민하는 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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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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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덬이 처음 친구와 자취를 하게 됐던 건 21살 때였어

고등학교 때 가장 절친이었고, 심지어 대학도 같이 가게 된 친구였음

너랑 나~ 떨어지기 싫옹 ㅠ 우리 같은 대학 가장!!

이런 건 절대 아니었고, 어쩌다보니 친구는 수시로 나는 정시로 같은 대학에 가게 된 거야

과는 서로 달랐지만 쨌든 같은 학교에 심지어 둘 다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같은 방을 썼어 

누가 배정을 해줬는 지 뺑뺑이였는 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이건 인연이다 했지


그리고 다음 학기, 거짓말처럼 둘 다 기숙사에 떨어졌어

친구는 처음엔 통학을 하고 난 고시원에 들어가서 몇 달을 살았지

나는 창문 없는 방에서 우울감에 시달렸고 내 친구는 5시간 왕복 통학으로 무릎이 나갔어

그래서 둘이 결정을 했지. 우리 함께 자취를 하자. 기숙사에서도 행복했잖아 우리?


그리고 갈등은 시작되었...다...

기숙사는 돈도 한꺼번에 내고 들어가고, 밥도 그냥 더치페이해서 사먹으면 됐어

근데 자취를 하니까 월세,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의 공과금이 매달 나오게 되고

밥을 해먹게 되니까 식비가 한꺼번에 나가게 됐지

이 돈이 정확이 5:5로 나눠지면 관계가 없는데, 그게 잘 안됐어

예를 들어 내가 과자를 한 봉지 먹고 싶어 사왔어

이걸 나 혼자서 낼롬낼롬 먹고 있어. 내 친구는 옆에 있고

그럼 "너도 먹을래?" 하게 되고 같이 먹게 되지

내 돈을 내고, 내 친구와 나눠 먹게 되는 거야

이게 일방적으로 한 쪽만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번갈아서 그렇게 될 수도 있는데

절대 반반으로 나눠지진 않는다는 게 문제야

뭔가 알 수 없는, 말로 하면 치졸해 보이게 되는, 그런 갈등이 조금씩 쌓여갔어


그리고 이 시기에 내 친구는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상대가 우리 과 선배였어. 선배에게 밥 얻어먹을 때마다 친구를 데려갔었는데

그렇게 둘이 눈이 맞았던 거야. 내가 큐피트였지

상대가 나와 친한 선배다보니, 이 사람이 우리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어

뭐, 밥도 종종 얻어먹고 사실 그렇게 내가 손해보고 참고 이런 건 아니었는데도

그래도 뭔가 계속 뭔가 쌓여.... 내 안에 모래알 같은 섭섭함과 응어리가 점.. 점.. 조금씨....ㄱ...

그리고 내 친구의 속에도 나에 대한 섭섭함과 차마 말로 뱉긴 찌질해보이는 감정들이 쌓여갔지

결국 우리는 1년을 채 안 살고 서로 찢어지기로 합의했어

우리의 우정을 위해 다시는 같이 살지 말자는 약속과 함께


두 번째 룸메는 내 중학교 때 친구였어

나는 첫번 째 룸메와 헤어진 후 혼자서 다른 방을 구해 자취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두 번째 룸메가 자주 놀러오기 시작했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 친구가 우리집에서 살고 있었어

그래 이왕 같이 살거면 생활도 좀 분담을 하고~~~~ 가 되면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워낙 엄마가 다 해주며 키운 친구라 자취에 전혀 적합치 못한 인간형이었던 거야

심지어 세탁기 버튼을 누르는 법도 몰랐어

그리고 이 친구는 술을 참 좋아했는데, 거기까진 괜찮았지만 주사가 심했단 게 문제야

새벽도 아닌 아침 6시에 만취해서 돌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곤 했어

결국 우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우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1년 만에 찢어졌어


세 번째 룸메는 저언혀 안 친한, 어릴 때 한 반 년 정도 어울려 놀았던 1살 위의 언니였어

언니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메신저로 연락이 닿은 거야

마침 그 곳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온다는 거야

잘됐다~ 내려오면 우리 만나자~ 뭐 이런 얘기가 오갔는데

어쩌다보니까 우리집에서 자고 있었어.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그래서 내가 이럴 거면 그냥 우리집에 들어와 살아라- 했지

그리고 정말로 우리집으로 짐을 싸들고 들어오게 되었던 거야


처음 1년은 전에 룸메들과 겪었던 것과 비슷하게

치졸하고, 찌질하고, 소심하게, 서로의 갈등이 쌓여갔어

1년이 지나니까 우리 그냥 찢어지잔 말이 나왔어

근데 서로 사정도 딱히 좋지 않고, 같이 사는 게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었거든

그래서 우리 일 년만 더 같이 살자- 뭐 그렇게 되었지

1년이 더 지나고 우리 정말 이제 찢어지자- 못 참겠다! 

근데 또 어쩌다보니 1년을 더 살게 되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3년차가 되고부터는 나와 언니를 괴롭히던 사소한 갈등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

서로의 성질을 긁는 사소한 버릇들의 차이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돈을 부담하는 그 불균형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갈등은 점점 적어져만 갔지

예를 들어, 나는 빨래를 널 때 항상 탈! 탈! 턴 후 각을 예쁘게 잡고 널어야 직성에 풀리는데

언니는 정말 꼬깃꼬깃한 그 상태로 빨래를 널어

나는 언니가 해놓은 빨래의 꼴을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았거든

이러면 잘 마르지도 않고, 털질 않으니 먼지가 그대로 붙어있는데

언니는 왜 매번 내가 말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 걸까

속이 부글부글 끓었었어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언니가 빨래를 해놓은 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

또~~~~~ 이렇게 해놨~~~~~~~~~따!!!!!!!!!!!!!! 으이그 화상아~~~~~~~~~!!!!!!!

하고 내가 다시 펴고 있는 거야

설거지한 그릇에 밥풀이 그대로 붙어있어도

으이긍! 하면서 다시 그 그릇만 쏙 설거지통에 담궈놓고 내가 다시 씻으면 그만이더라고


언니가 나에게 화가 났던 부분들도, 나는 고쳐진 게 사실 아무것도 없는데

언니도 야이년아~~~~~~ 하면서 그냥 자기가 다시 하고 말고 ㅋ

돈 문제는 뭐, 이제 거의 해탈을 했어. 이번 달에 내가 가난하면 언니가 더 내고

언니가 좀 힘든 달에는 내가 더 내고~ 그러면 만사 오케이더라고

돈 몇만원 때문에 속 끓이고 그럴 필요가 없는 경지에 이른 거지

그게 지금의 동거 5년 차야

이제 서로에게 화내는 일도 거의 없고, 꽁할 것도 없어

요즘 언니가 일로 바빠서 집안일을 나 혼자 전담한 지 1달이 넘었는데

언니가 바쁘니까~ 어쩔 수 없찌 뭥~ 하면서 그냥 해

물론 언니도 요즘 내가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알아서

치킨이나 쭝꿔요리 같은 걸 한 번씩 쏴줘. 먹고 힘내라고 ㅋㅋ


엄.. 여기까진 그냥 나의 룸메 경험담이었고

혹시 친구와 함께 살아보려고 하는 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랑 정말 잘 맞는 인간? 그런 거 없어. 정말 안 맞는 인간? 있어

같이 살면 정말로 사소한 것들로 서로 의가 상하게 되고 심지어 인연까지 끊게 될 수도 있어

함께 살려면 나와 그래도 웬만큼은 맞는 인간과 하는 게 좋지만

어찌됐든 서로가 다르고, 그로 인해 부딪히는 일들이 참 많이 생겨

그걸 이해하려고 하거나 고치려고 하면 답이 없어

그래... 너는 원래 그런 인간이지... ㅎ... ㅎㅎㅎ.... 하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을 하고 적당히 포기를 해야 맘 편히 함께 살 수 있어

그렇다고 진짜 말도 안되는, 두 번째 룸메처럼 그런 친구와 일방적인 나의 희생과 포기를 하면서까지 동거를 유지할 필요는 없어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은 맞는 사람과 함께 하되, 나머지 안 맞는 부분들은 그러려니- 하는 게 필요해


사실 가장 좋은 건 그냥 혼자 사는 거야

혼자 살면 내 맘대로 집을 어질러도 되고 내 맘대로 설거지를 쌓아놔도 되고

내 맘대로 빨래를 쌓아도 뒀다가 널어도 놨다가 해도 돼

새벽 3시에 음악 크게 틀든 영화를 보든 아무 관계가 없잖아, 혼자 살면

근데 누군가와 같이 살면 서로의 생활 리듬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해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누군가와 함께 자취를 하고 싶다?

... 행운을 비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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