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항상 나랑 부딪히던 엄마를 이제야 이해한 후기
1,377 11
2021.01.20 02:06
1,377 11

엄마는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형제들을 다 건사해야 하는 맏딸이었어 

그래서 월급 받으면 용돈 빼고 나머진 전부 가족 생활비로 들어가야 했대 


아빠는 그래도 괜찮은 집에서 태어난 것 같아 

건축하던 할아버지가 서울 한복판에 집 짓고 마당 꾸미고 하신 거 보면. 


아빠 사업이 휘청해서 어려울 때도 있었고 뭐 여러 안좋은 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되고 좋아 

동생도 나도 그래도 명문대 나와서 자기 앞가림 하며 살고 있고 

아빠는 하는 일이 지금 잘 되고, 워낙 성실하셔서 (1년에 아빠는 노는 날이 없어. 1월 1일에도, 추석에도 명절에도 차례 지내면 바로 나가서 일했어) 

괜찮아. 노후 준비도 되어있고 임대료 나오는 건물 몇 호수도 사두시고. 

그래도 아직도 열심히 하는 건 나중에 우리에게 절대 짐 안되려고. 그리고 나랑 동생의 기댈 언덕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야. 


대학 입시 땐 난 새벽 두시에 집에 오는 학원을 다녔고 

재수할 땐 11시까지 자습을 했는데 그 2년 내내 아빠는 일을 매일 하고도 우리 학원 앞에서 날 태워서 다녔어. 동생도 마찬가지였고. 

진짜 다들 열심히 살았는데 우리 엄마랑 나는 아직도 많이 부딪혔어 


엄마는 항상 남이랑 비교해. 

너 같은 학교 나온 걘 전문직 자격증 땄다던데 

그 땡땡이는 뭘 했다던데 

심지어 진짜 이건 비교 대상도 아니지 않나.. 싶은 애가 엄마 동남아 데려간 것까지도 부러워해. 

그 직전에 나는 엄마랑 유럽 갔어.. 비행기 내가 끊고 숙소 내가 알아서 다 했지. 명품 지갑이니 뭐니 생일 되면 나도 아빠도 동생도 한아름씩 안겨드리는데에도 남이 더 적게 받은 것마저도 부러워해 



그게 너무 싫었거든. 도대체 왜 엄마는 자기가 다 가지지 못하면 저렇게 서운해할까 

자기가 항상 다 받은 사람이어야 할까, 

내가 나는 스스로 그냥 평범한 사람이지만 난 되게 행복한데 우리 엄마가 보기에 난 성에 안찼는지 입버릇처럼 공부 좀만 더 시킬걸. 그게 내 천추의한이야. 라고 말하는 게 입버릇이었어. 


나는 "?? 난 되게 행복한데? 그럼 엄마가 해" 이래서 많이 싸웠지. 


얼마 전에 운전하고 드라이브 하는데 엄마가 시집 와서 아빠가 휘청할 때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날은 왜 그렇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결혼 전에 생활비가 떨어진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가 다니는 회사 앞에서 기다리다 월급 통장 째로 가져가서 회사에서 집까지 월급 날인데도 두시간을 걸어 퇴근했단 이야기를 해줬어 


그러니까 그냥 엄마가 이해가 가더라. 서른이 넘고 보니 엄마는 그냥 어린 시절부터 자기 삶은 하나도 없이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했고 

어린 나이에 아빠에게 도망치듯 결혼을 했지만 그래도 힘든 시절을, 크게 휘청했었고. 그 와중에도 우리는 좋은 학교만 보내겠다고 눈치, 설움 받아가며 공부를 시켰으니 

엄마가 20년 넘게 항상 스스로에게 한 말이 내 딸들은 무조건 나처럼은 안되어야 한다, 라고 살았으니 그냥 지금은 조금 좋아지니까 엄마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거 아닐까 

성향상 엄마는 힘든 생활을 했으니 항상 불안하고 확인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 조금 더 행복해도 될까 할 때도 있었을거고 지금 내가 행복해도 되나 싶었을 때도 있을 것 같았어.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지금 내 나이가 일찍 결혼한 우리 엄마가 진짜 그땐 케이크 살 돈도 없었던 아빠가 겨우 초코파이 한통 사와서 케이크로 만들어줘서 그거로 생일 파티했을 그 나이였거든.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케이크나 초코파이나 다 신나게 먹었었고, 촛불도 없으니 그때 아빠가 문방구에서 하나씩 터지는 불꽃놀이 하나 사와서 그거로 나한테 불꽃놀이 삼아 촛불이라고 놀아줬던 때더라고 

지금 나는 그냥 막 좋은 케이크 호텔거 먹겠다고 할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시국만 아니면 심심치 않게 호캉스도 가고 그런 나이란 말야. 


그래서 그냥 아직도 나는 엄마를 100프로 이해 못하고 엄마가 잔소리 하면 "아니 시키지 말구 엄마가 해" 하는 철없는 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나보다 어렸을 때 힘들었을 것 같아서 

지금은 차라리 너무 안정적이라 행복해서 더 어린애처럼 어리광부리고 싶어지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리구 그런 생각이 드니까 20대에 그 힘들 때 그래도 나랑 동생 이 악물고 열심히 키워주셨으니 

난 엄마의 20대보다 지금 좀 편하니까 내가 좀 받아주고 맞춰줘야겠다... 생각하니까 엄마가 이해 가더라. 


엄마와 아직도 많이 싸우고 

잔소리하면, 공부 더 해라~ 이런 소리 하면 엄마가 하시든지~ 엄마가 다시 수능봐~ 과외시켜줄게 하는 딸이지만 

그래도 더 맞춰주고 싶고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좋아졌다! 는 후기를 써보고 싶었음 ㅎㅎ 


시국이 시국인지라 와인 사서 엄마한테 설명해주고 같이 마셨는데 

너처럼 나도 돈 벌고 와인 이런거 설명하고 즐기고 해봤으면 너무 좋았을 것 같아. 니가 부럽다 하는 소릴 오늘 들었는데 그냥 울컥해서 와인 반병 마시고 써봄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196 05.01 24,25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84,66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07,32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82,97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06,598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68,90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9011 그외 카시트 거부 아가 조언 좀 해줘 8 03:32 108
179010 그외 이정도 마음으로 결혼해도되는건지 의심되는 초기... 15 01:09 605
179009 그외 카톡으로 용건을 말하지않고 이름만 부르는 사람들이 짜증나는 초기 31 00:07 669
179008 그외 썸 탈때 무슨 얘기 해야 하는지 궁금한 후기 2 05.02 186
179007 그외 홍콩친구들한테 선물 뭐줄지 추천받는 후기 8 05.02 164
179006 그외 취미가 뭐냐 좋아하는게 뭐냐 물어보면 답하기 힘든중기 10 05.02 425
179005 그외 남자 ENFJ와 ESFJ의 차이점이 궁금한 중기 5 05.02 284
179004 그외 나이먹으면서 쌍커풀라인 생겼는데 수술할지말지 고민인중기 1 05.02 159
179003 그외 쌍커풀 인에서 아웃으로 라인 바뀐덬들 있어?(수술말고) 3 05.02 196
179002 그외 주류 의견이 아닐 때가 많은 중기 13 05.02 723
179001 그외 키링이 넘 귀여운 후기(해치와소울프렌즈) 5 05.02 710
179000 그외 내가 성실한지 게으른지 모르겠는 중기 2 05.02 300
178999 그외 직장에서 의미없는 티타임이 싫은 중기.. 5 05.02 686
178998 그외 아기는 너무 예쁜데 반복작업이 힘들어 10 05.02 875
178997 그외 날 일 못한다고 생각하고 못 믿는 상사 때문에 너무 힘든 중기 30 05.02 1,068
178996 그외 취직한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저녁만 되면 불안해져 5 05.02 581
178995 그외 간단한 디자인 수정 해주는 사이트가 있는지 가격은 어느정도인지 궁금한 후기 2 05.02 266
178994 그외 초음파, 피검사도 이상소견 없는데 생리를 안할 수가 있는지 궁금한 중기 13 05.02 696
178993 음악/공연 그림 그리는 사람이 음악을 듣고 치유된 후기 2 05.02 206
178992 그외 자라 사이즈 ㄹㅇ 킹받게 하는것 같은 중기 10 05.02 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