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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과거의 순간순간들이 후회되고 나는 왜 이모양이지 싶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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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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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막학기를 앞두고 앞으로의 길을 생각해보다가 한순간 생각이 깊어지던게 


유독 이번주에 우울감에 내가 잠식될 정도로 심해진거 같아 푸념할 겸 긴 글 써내려가볼게




이번 하반기가 참 힘들었어


연구도 뜻대로 안되지, 교수님도 나는 뭐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마음에 응 계속 해봐 하시는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


다른 연구실 동기들은 계속해서 논문 내던데 나는 석사 3학기 내내 논문 한편이 뭐야 제대로 된 결과 하나 안뽑히지


처음엔 다들 원래 연구라는게 아이디어가 생각나더라도 결과를 놓고 보면 잘못된 아이디어일수도 있지 라고 위안해줬었어


첨엔 나도 그런가 했지만 1년반동안 제대로 된 결과 하나 없으니 이정도면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실력의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여기서 내 우울감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문제가 생긴거지..... "실력의 문제"


이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대학 3.5년, 석사 1.5년 동안 난 왜 그랬을까, 나는 도대체 뭘 한거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게 점점 더 꼬리를 물면서 마음 속에 묻어두고 잊었던 학벌 컴플렉스까지 꺼내어졌어




"지방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처음엔 현실을 못받아들이고 울며불며 재수시켜달라고 억지를 부렸어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국립대도 아니었을 뿐더러 대부분이 들으면 어디..? 라고 다시 묻는 학교였으니까


나름 지역에서 학구열 높다는 고등학교에서 잘할 땐 전교에서 3~40등 웃돌았고 못했을 때도 반에서 5~7등은 했으니까 당연하게 집 앞 국립대 쯤이야 가겠지 했었거든


그래도 내가 원하던 학과였고, 이 전공은 학벌은 크게 중요치 않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야 라는 판단이 내려졌기에 잘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입학했어


나름의 강박이 있었어, 이 학교에서 내가 1등을 못하면 진짜 나는 인간도 아니다 라는 강박.


그때문에 성적에 죽어라 매달렸었고 다른 건 돌아보지도 않은 거 같아 결국엔 조기졸업도 하고 학교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어


그당시엔 기뻤지 하지만 지금은 가장 후회하는 일이야...




사실 학벌 컴플렉스는 학교 때문이 아니야.. 그냥 이 학교에서 실력이라도 쌓자 라고 해놓고 아무것도 안한 내가 컴플렉스지..


성적 그게 뭐라고 뭐 그렇게 매달렸을까.. 입학했을 때 생각했던 실력은 그 성적, 전체 수석 타이틀로 증명이 되는게 아닌데,


학과에서 가르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게 제일 후회돼


알고보니 다른 동기, 선후배들은 대외활동이라던가 스터디 등으로 웹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등과 관련된 어떻게 보면 실무와 더 많이 밀접된 공부를 많이 해왔더라고


나는 학과 성적에만 연연했을 뿐 실제로 실무와 관련된 실력을 늘리고 네트워킹을 하려면 밖으로 나갔어야하는 거잖아...


참 내가 머저리 같더라고.. 그놈의 성적이 뭐라고.. 왜 나는 항상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걸까 싶어...




졸업하고는 졸업하기 전부터 공부해오고 싶었던 게 있어서 지금처럼 석사과정을 밟게 됐어


당연하게 서울권 대학원을 가야지 라고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자대 교수님의 밑으로 들어 왔어


이부분에 대해선 다들 바보라고, 너가 왜 자대에 남냐고 다들 한마디들씩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건 내 선택이라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추어도 없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내가 참 바보같아


다들 무언가 결과를 만들고 논문으로 열매를 맺는데 나는 왜 어중이 떠중이로 있을까....


이게 점점 쌓이고 쌓이니 자격지심이 되기도 하고 점점 무표정에 인상만 찌푸리게 되니 나는 뭐할 때 웃고 행복했더라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


연구 결과가 안뽑히니 주말이 어딨어, 항상 연구실에 처박혀있고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사람들도 못만나지.. 그런데 카톡, 인스타 속의 지인들은 아니 하다못해 석사 동기들만 봐도 다들 생기가 넘치는데 나혼자 우중충하게 있는 모습이 한번 눈에 들어오니까 그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던 거 같아


학부생 땐 성적에 연연하느라 힘들긴 했어도 프로그래밍이 짜증나고 싫진 않았어 오히려 재밌었지, 오히려 프로그래밍 할 때는 그자리에 5시간이고 10시간이고 잠도 없이 하루종일그자리에 앉아서 프로그래밍만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집중이 되긴 하던가..? 프로그래밍할 때 웃기는 하나? 아니 프로그래밍다운 프로그래밍을 하기는 했나? 싶더라고


너무 우울해지고 자격지심도 심해지고 몸도 마음도 다 지치니 연구는 쳐다도 보기 싫고.. 그래도 졸업하려면 결과는 내야하니 억지로라도 하려고 하는데 손에 잘 안잡히고..


그와중에 다들 넌 잘하니까 결국엔 해내겠지 하는데 이미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으니 내가 잘하는게 뭐가 있다고, 나를 얼마나 안다고 다들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싶어서 위안도 안되고 오히려 비꼬아 들으면서 더 우울해하더라


원래는 박사를 생각했었지만 지금 마음은 연구는 더이상 쳐다도 보기 싫어졌어.. 그냥 취업해서 서비스 개발이 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뭔가 실무에서 깨달은 바가 있어야 연구의 진척이 생길거같았어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아? 여기서 또다시 우울해지더라?ㅋㅋㅋ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실력, 학부생 때의 내가 후회되는거야.. 막상 취업하려고 보니 실무에 쓰이는 개발? 하나도 몰라 지금와서야 뭐라도 공부해보려고 연구랑 병행하고 있긴 한데


그냥 내가 병신같은 거지...  그냥 나는 왜 다 이럴까 싶고... 아니 그냥 내가 딱 이런 그릇의 사람이었나, 내 주제도 모르고 너무 이상향만 쫓았던 걸까.. 싶고..




그냥 무슨 생각을 하든 결국 자기비난, 후회의 늪에 빠져있어


더 웃긴건 뭔지 알아? 이런 자기 비난을 하는 나조차 한심하더라.. 자기 비난한다고 뭐가 바뀌어서 나는 자기비난만 하고 있냐? 라는 생각이 들어, 참 우습지 않아?


후회해봤자 지나간 일이고 내가 한일이니 달라질게 뭐가 있나 싶은 마음도 이따금씩 들어서 이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연구도 어떻게든 좀 결과 내보려 하고 있고, 취업하려고 실무에서 쓰이는 기술들 베이스부터 깔고 코테도 준비하고 있긴 한데 참.. 마음이라는게 한번 늪에 빠지니 빠져나올 수 가 없고 더 잠식되어가더라..


조만간 지도교수님 찾아뵙고 박사 안하고싶다는 말씀 드리고 상담 받으려하는데 잘 모르겠어 이젠...


졸업해도 이렇게 1년 반이란 시간을 허송세월 보낸 석사를 누가 인정해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푸념하려고, 아니면 오히려 독한 말 듣고 정신 좀 차려보려고 두서없이 후기방에 글을 써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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