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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엄마를 불쌍히 여기면서 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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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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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절 기억은 딱 두개야. 유치원생 시절 아빠가 엄마 머리채 잡고 엄마는 몇일 집 나갈 정도로 심했던 부부싸움을 보며 우는거 하나, 멸치를 먹다가 내가 먹기 위해 죽은 생선들이 불쌍하고 미안해서 우는거 둘. 보다시피 마음이 여린 편으로 태어나서 공감을 많이 했어. 특히 엄마와. 그리고 엄마는 가방끈이 짧은게 콤플렉스라 자식은 사짜직업으로 키울려고 했어.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을 손에 들고 다녔어. 싫어도 읽는 척이라도 해야 엄마가 행복해 했거든.

내겐 엄마가 너무 불쌍했어. 엄마가 내게 항상 아빠 욕을 많이 했거든. 돈 못 번다고, 중졸이라고. 어린 내가 보기에도 엄마아빠는 행복하지 않았어. 엄마의 한탄을 들으면서 어린 나이에 책임감이 생겼어. 내가 똑똑하고 공부 잘 하니까 내가 성공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겠구나. 초중고 다 친구 몇 없이 공부에 올인했어. 방과후 친구들이랑 놀아본 적이 손꼽을 정도야, 항상 도서관에 갔거든... 커가면서 엄마아빠 부부싸움이 심해져서 더 간절히 공부한거 같아. 내가 부족해서 부부사이가 안 좋은거 같고... 미안하고 불쌍했어.

그리고 사짜 직업을 가지게 되었어. 성공했어. 치열하게 공부한 이유는 내 사명감때문이였을거야.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잃은게 너무 많은거야. 아빠 장례식에 등떠밀려 가족 대표로 몇마디 말 한 후 웅변대회 상도 받는 실력이 갑자기 없어졌어.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말할려면 손이 떨리고 속이 아파. 연애는 몇번 하다가 더 이상 못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도 내게 의지할것 같고 그럼 내가 희생해야될것 같아서 깊게 사귀지 못해. 연인이 생기면 좋겠지만 정장 나 좋다는 사람들을 대하면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고 안절부절 해. 친구들 하나 둘 결혼해도 난 연애는 포기하고 그냥 강아지 키우면서 살아야지 생각해. 내 미래의 아이에게 미안하거든. 이렇게 병든 사람이 애를 키우면 반드시 불행한 아이를 양육할거 같아서. 5년정도 약 먹고 상담도 받았지만 뭐... 아직 내 삶이 살만하다라고 느낀적이 없어. 웃기지만 가족은 자살 생각 해본적이 없데. 난 온 세상 사람들 다 자살기도하며 사는 줄 알았는데.

이제 가족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 아직 사랑하고 아직 딱하지만 안 만난지 꽤 되었어. 이번엔 뭘 잃을지 몰라서. 가문의 영광 소리 들으면서 성공했지만 정신차려보니 인간관계를 무서워하는 볼품없는 외톨이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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