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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결혼 7년차, 육아 5년차 유부남의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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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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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오래했어. 결혼 전에 이미 5년을 했으니까.

내가 타지에 대학을 와있어서 자취를 했던 탓에 모든게 와이프의 시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애였어.

내가 소극적인 편인데 또 맘먹으면 원수하고도 친해질만큼 넉살이 좋아서 처갓댁 식구들하고는 연애 1년차부터 자주 얼굴보고 때되면 밥먹고 일있으면 가서 돕고 그랬었어.

특히 조부모님들이 날 정말 좋아해주셨었거든. 시골에 가면 막 뛰어나오셔서 손잡고 흔들흔들. 난 친조부모님도 외조부모님도 뵌적이 없어서 조부모님의 진짜 내리사랑이란걸 그때 처음 알았었어. 자주 가고 자주 뵙고 나도 너무 좋았었어.

근데 할머님이 돌아가셨어. 갑작스런 병환으로.

남자친구였는데도 처갓집 식구들의 허락하에 3일 내내 그곳에서 할머님 잘 보내드릴 수 있었어. 화장하고 장지가서 다 마치고 내려오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여친(현 와이프)을 책임지지 않으면 할머님이 너무 서운해하시겠구나'

그렇게 중학교 다니던 막내 동생이 고3이 될때 즈음에, 우린 헤어졌어.

내가 꽤나 오랫동안 취업을 실패하면서 여러가지 간극이 생겼달까...

근데 결국엔 둘다 오래 견디지 못하고 다시 만나자고 했고 그 소식을 제일 반겼던건 우리 엄마 장모님 그리고 할아버님이셨어.

다시 만나기로하고 다시 처갓집에 갔을때 할아버님이 내 손잡고 엉엉 우셨어.

왜 이제 왔냐고.

그때 진짜 알았지.

난 이제 정말 이 집안 사람이구나 하고.

그렇게 우린 결혼했어.

난 친구도 1명이라 그 1명이 사회봤는데, 와이프는 친구가 40명이 넘어서 버스 대절해서 왔더라. 좋은 부모님 좋은 처부모님 좋은 와이프 덕분에 몇백명 정도 앞에서 성대하게 결혼식 했어.

근데 결혼이란게 녹록치가 않더라. 참 많이 싸웠었거든.

그렇게 싸우고 참고 풀고 재밋고 신나다가 또 싸우고 참고 풀고 재밋고 신나고.

그러던 어느 쌀쌀한 날 3차로 와이프랑 맥주집에서 내가 냅킨에다가 와이프한테 시를 써주고 있는데 와이프가 갑자기 가자고 하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 산부인과 가자고 하더니 임신 4주차.

애지중지 며느리 찬물도 만지지 말라고 하는 우리 엄마 등쌀에 내가 집안일 다했지.

그리고 득녀.

같이 키우는데도 애 하나 더 낳을거냐고 묻는 사람들 멱살 잡고 싶더라.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는데 내 새끼가 그런가 아니면 객관적으로도 그런가. 너무 이뻐. 너무.

목에.칼이.들어와도.둘째.NO.

였는데, 요새 애들이 눈에 밟혀서 큰일이다.



와이프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야.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나같은 놈이랑 결혼하지말고 더 멋진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난 그 생에도 여전히 사랑할거야.


사랑하는덬들 모두 이쁜 사랑하길.
결혼은 종착이 아닌것같아.
모든 사랑의 시작같아.
모두 모두 행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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