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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권은 흠결이 아니다 당헌 26조가 정한 것과 정하지 않은 것

무명의 더쿠 | 20:18 | 조회 수 650
<<지명권은 흠결이 아니다. / 당헌 제26조가 정한 것과 정하지 않은 것>>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가 채워졌다. 8월 20일 의원총회에서 김민석 대표는 청년 몫에 전용기 의원을, 노동 몫에 한국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 권미경 위원장을 앉혔다. 


하루 전 부산 현장 최고위에서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청년 최고위원을 뽑자고 제안한 직후다. 반발이 따라붙은 건 예상된 일이다. 


이번 논란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질문이 한 덩어리로 굴러다니고 있다. 


하나는 '이 지명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 지명 방식이 바람직한가'다. 


앞의 것은 규범 문제라 답이 하나로 떨어지고, 뒤의 것은 정치 문제라 답이 여럿일 수 있다. 나는 앞의 것만 살펴본다. 


당헌 제26조. 


최고위원회는 당대표, 원내대표, 전국당원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그리고 당대표가 지명하는 2명 이내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제3항은 그 지명직에 대해 당대표가 지명하여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의 인준으로 확정한다고 정했다. 


문언에 다툴 여지가 없다. 


발의권자는 당대표 한 사람이고, 확정에는 두 개의 합의제 기관이 걸린다. 


여기서 짚어야 할 대목은 당헌은 지명 대상을 고르는 '방식'에 아무런 기속을 걸지 않았다는 것. 


경선을 거치라는 문구도, 공모를 하라는 문구도 없다. 


지명직에 명문으로 붙은 유일한 고려 사항은 선출직 중 비수도권 당선자가 없을 경우 비수도권 인사를 우선 배려할 수 있다는 조항 하나인데, 이것조차 '할 수 있다'는 재량 문언이다. 


규정을 만든 사람들이 의무를 걸고 싶었으면 걸었을 것이다. 걸지 않은 자리를 해석으로 메우는 건 해석이 아니라 개정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경선을 하는 것도 당헌 위반이 아니다.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의 제안은 위법한 요구가 아니라 재량 행사 방식에 대한 정치적 제안이다. 


다만 제안은 제안이지 의무가 아니다.


대표가 그 제안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절차에 하자가 생기지는 않는다. 여기서 논의는 사실 끝나야 한다. . 


지난해 9월 당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로, 그것도 결선까지 치러 평당원 최고위원을 뽑았다. 그런데 그 제도의 공식 명칭이 '평당원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다는 점이 잘 언급되지 않는다. 


정청래 당시 대표 본인이 최고위원회의에서 평당원 최고위원을 선발한 뒤 최고위에서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경선은 대표가 지명 대상을 스스로 좁히기 위해 채택한 앞단 절차였고, 최종 확정은 지명-의결-인준이라는 제26조 제3항의 절차를 그대로 지났다. 


당헌을 대체한 게 아니라 당헌 안에서 재량을 행사한 사례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정청래 지도부는 지명직 2석 가운데 서삼석 의원을 2025년 8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곧바로 직권 지명했다. 


호남의 역사와 정신이 당 운영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경선을 거친 건 나머지 한 자리뿐이다.


그러니까 직전 지도부도 두 자리 중 하나는 대표 직권으로 채웠다. '이전 지도부도 경선으로 뽑았다'는 주장은 반만 맞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의 목적과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정한다. 정당법 제29조는 민주적 내부질서를 위한 대의기관과 집행기관을 두게 하면서, 그 기관의 조직과 권한은 당헌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제28조 제2항 제3호는 아예 대표자와 간부의 선임방법을 당헌 필수 기재사항으로 못박았다.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단순하다. 어떤 정당 인사가 민주적인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여론의 온도가 아니라 당헌이다. 법이 그 판단을 정당 스스로에게 맡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정을 실제로 내리는 기구까지 당헌은 지정해 두었다. 


제23조 제1항은 당무위원회의 권한으로 당헌 개정안의 발의, 당규의 제정과 개폐, 그리고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을 열거한다. 


지명직을 인준하는 기구와 당헌을 해석하는 기구가 같은 곳이라는 뜻이다.


김민석 대표가 절차나 내용에 큰 하자가 있다고 보면 당무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한 것은 그래서 빈말이 아니다. 


다투려면 여기서 다투라는 관할 지정이다. 


반대로, 이 절차를 건너뛴 채 언론과 SNS에서 하자를 주장하는 방식은 당헌이 마련한 판정 통로를 우회하는 셈이 된다. 


지명직 2인이 지도부 역학을 바꾸느냐. 바꾼다. 선출직 5석은 3 대 2로 갈렸고, 여기에 당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지명직 2인이 더해지면 셈법은 달라진다. 


다만 그것은 제도의 부작용이 아니라 제도의 설계 목적이다. 최고위는 합의제 심의-의결기구이면서 동시에 당무 집행의 최고책임기관이다. 


집행부가 상시 교착에 빠지면 정당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대표에게 최소한의 집행 동력을 부여하되 그 행사에 인준이라는 사후 통제를 거는 것, 이것이 지명직 제도의 구조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퉈야 할 대상은 이번 인사가 아니라 그 구조다. 


동시에 지명직에는 다른 기능도 있다.

다수결로 뽑는 순간 조직력이 약한 사회적 균열은 구조적으로 탈락한다. 청년과 조직노동이 대표적이다. 당헌이 당무위원회에도 여성과 청년 등을 대표가 선임하도록 별도 조항을 둔 것, 주요 당직과 각급 위원회 구성에 여성 30퍼센트 이상을 의무화한 것도 같은 발상이다. 


선거가 놓치는 대표성을 사후에 메우는 보정 장치. 이번 청년-노동 배정은 그 설계 취지에 정확히 맞는다. 


덧붙이자면 청년 몫으로 지명된 전용기 의원은 지난해 8월 정청래 지도부에서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계파 채우기라는 프레임을 씌우기에는 이력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지명에서 약한 고리는 분명히 있다. 김 대표는 지명직 두 자리를 선출직 방식으로 치르는 안을 자신도 냈으나 신임 사무총장의 기술적 검토 결과 불가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이 어떻게 불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규상의 장애인지, 일정상의 제약인지, 선거관리 역량의 문제인지에 따라 설득력의 무게가 전혀 달라진다.


당규의 제정과 개폐는 당무위원회 권한이다. 지명직 선임 절차를 명문화하려는 시도는 2년 뒤 전당대회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고칠 통로가 이만큼 가까운데 왜 해석으로 다투는 쪽을 택하는가? 


규정을 고치는 대신 규정의 의미를 넓혀 잡아 이기려 하면, 그 선례는 언젠가 지금 반대하는 쪽의 발목을 잡는다. 


최민희 수석최고위원 본인이 이번 전당대회 관리를 비판하며 든 근거가 바로 그것이었다. 당규상 후보 등록 30일 전까지 선출 방식을 확정하게 돼 있는데 그 시한을 넘겨 논의가 이뤄졌다는 지적. 규칙은 미리 정해두고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그렇다면 그 원칙은 지명직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규칙에 없는 절차를 요구하는 대신, 규칙에 그 절차를 넣자고 발의하는 것. 규칙을 지킨 쪽이 손해 보지 않아야, 다음에도 규칙이 지켜진다.


샤츠슈나이더는 1942년에 정당이 민주주의를 만들었으며 근대 민주주의는 정당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썼다. 


뒤집으면 이런 말이 된다. 


정당이 제 규칙을 편할 때만 꺼내 쓰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도 함께 헐거워진다. 


8·17 전당대회가 남긴 3 대 2의 긴장은 2년 내내 이어질 것이다. 


그 긴장을 다루는 언어가 계파 셈법이 아니라 조문과 절차였으면 한다. 


그게 이긴 쪽에도, 진 쪽에도 결국 남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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