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2020년에 발생한 '한동훈 독직폭행 논란'처럼 압수수색 과정에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줄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에 압수수색 전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화하게 한 조항이 담겼기 때문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 220조의2 1항은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을 실시하는 경우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영상녹화장치로 촬영·녹화하도록 한다.
이 조항은 개정 형소법 공포로부터 1년 후인 내년 8월 4일 시행된다.
한동훈 독직폭행 논란은 2020년 7월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현 서울고검 검사)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 일환으로 무소속 한동훈 의원(당시 검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다 몸싸움을 벌이며 촉발됐다.
한 의원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반면 정 검사는 한 의원이 증거를 인멸하려 해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독직폭행이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피의자 등을 폭행하는 행위다.
사건의 책임소재를 두고 양측은 언론에 입장문을 내며 공개 충돌했다.
정 검사가 입원한 사진이 공개되는가 하면 한동훈 의원도 병원을 찾아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이후 한 의원의 고소·진정으로 수사에 들어간 서울고검은 2020년 10월 정 검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법정에선 몸싸움 전후 광경을 담은 영상이 재생됐으나 정작 몸싸움 장면은 촬영되지 않았다.
정 검사는 2022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압수수색 전 과정을 의무적으로 녹화하게 된다면 이처럼 수색 절차에 관한 논란이 일 여지가 적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피의자 입장에선 영상에 근거해 이의를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기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에서도 근거 없는 '위법수사 주장'에 대응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최승환 변호사는 "현재도 일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촬영이 이뤄진다"면서도 "현행 촬영은 압수수색 전 과정을 법률상 원칙적으로 녹화하고 그 기록을 당사자가 열람·복사해 사후 불복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은 전면적·의무적 촬영을 통해 사후 검증이 가능한 공식 수사기록으로 전환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촬영을 염두에 두고 스스로 적법 절차를 지키려고 더욱 주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시에 압수수색을 당할 때 수사기관이 진술을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수사기관이 자기 검열·통제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압수수색 장면이 영상으로 남으면 안심이 된다"며 "피고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변호사한테 말해 난감할 때가 있는데, 영상이 있으면 변론 전략을 더 효율적으로 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압수수색에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이 늘어나 수사기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검찰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촬영이 의무화된다면 압수수색 현장에 촬영 전담 인력을 최소 1명은 더 넣어야 하는데, 동시에 10곳을 수색한다고 하면 추가 인원만 10명이 된다"며 "촬영 장비를 구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압수수색 영상을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가 유의미한 진술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담은 영상을 증거로 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기관에서 진술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증거로 제출을 못 하게 돼 있어서 확실한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미 대다수 압수수색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새 조항이 큰 변화를 일으키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편에선 나온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위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사실상 모든 압수수색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며 "비밀 봉인 조치 등 절차적으로 까다로운 상황이 있긴 하지만 촬영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