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행하는 보완수사권 폐지
檢개혁 매듭짓고 민생 전환 셈법
당권 투쟁·수사 공백 등 지뢰밭
"부작용 시 민생 말할 수 있겠나"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민주당의 숙원이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수사지휘권 폐지)을 시작으로 6년에 걸쳐 추진해온 수사·기소 완전 분리 작업이 비로소 완성된 셈이다. 검찰개혁 입법에 종지부를 찍은 민주당은 부동산 등 민생 이슈로 무게중심을 옮길 계획이지만, 향후 당내 노선 갈등,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등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10년 검찰개혁 매듭짓고 민생 이슈로 전환"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지난 9일 보완수사권 폐지 개정안을 발의한 후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는 물론 당내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피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 바 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발의 20여 일 만에 입법 속도전에 나선 것은 강성 지지층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정치적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3월 공소청·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입법 당시에도 "검찰개혁 취지를 훼손한다"는 강성 지지층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강경파 요구를 대거 수용한 선례가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 역시 강성 당원 요구를 꺾을 수 없다면 속전속결로 입법을 매듭짓는 게 낫다는 계산이 작용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각계 우려를 반영해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겼다면 총선 국면까지도 검찰개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10년 가까이 계속된 검찰개혁 이슈를 빨리 털어내고 민생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절반의 승리'에 그친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내란청산과 검찰개혁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상황이다. 서울 초선 의원은 집값 상승과 주식시장 폭락을 거론하며 "지도부가 보완수사권에 매몰되다 보니 민생 이슈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소청·중수청 출범, 경찰 권력 견제 등 후속 과제는 상임위에 맡기고 지도부는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변수
하지만 민생 정당으로의 기조 변화가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인 김민석 후보는 전날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강력한 개혁을 내건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면 기존 노선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장 큰 뇌관은 보완수사권 폐지가 불러올 후폭풍이다. 민생 사건에 대한 수사 지연 등 국민적 피해가 현실화할 경우 '민생 정당' 행보 자체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인 출신 한 의원은 "부작용이 생기면 어차피 총선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라며 "혹여라도 정권이 바뀌어서 국민의힘이 '검찰청 부활'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면 뭐라고 응수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