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자들의 항의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계좌에 ‘18원’을 보내는 식이었다. 요즘엔 전화벨을 한 차례만 울리고 끊은 뒤 10여 초 간격으로 다시 거는 방식을 반복해 전화 업무를 아예 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문제는 여야 모두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과거엔 극단적 생각을 하는 소수가 괴롭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이들에게 잘못 보이면 다음 공천은 못 받겠구나 하는 불안감까지 들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와 관련해 “존치가 내 소신이었지만 ‘수박’을 넘어선 ‘반개혁자’로 몰릴까봐 무서워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정치가 이렇게 강성 지지층에 쏠려가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정치를 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의 압박은 입법에도 미치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 홍기원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11적’으로 낙인찍혔다. 문자와 전화, 팩스가 쏟아졌고 “다음 총선 때 너는 꼭 자른다”며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홍 의원 등의 주장은 ‘전남광주 장윤기 사건’과 함께 힘을 받는 듯했다. 국민 여론도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쏠려갔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4일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론”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의원 전체 161명 중 보완수사권 폐지가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며 “그런데 어쩌겠나. 말하면 김어준과 강성 지지자들이 좌표 찍고 괴롭힐 게 뻔하지 않냐. 침묵을 택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심정 아니겠냐”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한 결과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로 전면 폐지 23%보다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폐지 39%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픽=백형선
민주당 안에서는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배치를 오히려 꺼리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나 법원의 우려를 전달하거나 수사 공백과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는 순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반개혁 세력’으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요즘은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상임위로 가겠다는 의원도 있다”고 했다. 강성층의 압박이 의원 개인의 발언을 넘어 상임위 구성과 입법 전문성까지 위축시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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