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8000억 대구 AI센터’ 투자 철회…추경호 “대구시민에 답하라”·윤재옥 “국감에서 문제 제기”
약 8000억 원 규모 핵심사업 지난해 상반기 사실상 중단
올해 1월 구두 통보·위약조항 없어 책임 묻기도 한계
대구 미래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추진되던 약 8000억 원 규모의 SK AI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대구시와 대구 정치권이 크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29일 경북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SK는 당초 착공이 예정됐던 지난해 상반기부터 AI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을 사실상 중단한 뒤 올해 1월 대구시에 구두로 투자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대구시는 새로운 투자자 확보에 나섰지만 핵심 프로젝트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무산되면서 지역 AI 산업 전략에도 적지 않은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SK리츠 대표 등 관계자들과 만나 사업 중단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추 시장은 “SK가 대구시와 대구시민의 신뢰를 일방적으로 저버린 데 대해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투자 철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대구시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은 SK그룹이 대구시와 MOU(업무협약)를 맺었음에도 특별한 이유와 설명없이 다른 곳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대구시가 이 문제를 이대로 넘어가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와 상임위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업은 2023년 12월 대구시와 SK C&C, SK리츠운용, 아토리서치 등이 투자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K 측은 수성알파시티에 수전용량 4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2028년 준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총사업비는 약 8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대구시는 이를 기반으로 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첨단기업 유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은 착공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확인 결과 SK는 데이터센터 투자환경 변화와 내부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업 추진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후 올해 1월 대구시에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으며, 별도의 공식 공문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철회에 따른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체결된 투자협약에는 사업 중단 시 손해배상이나 위약금 부과 등을 규정한 별도의 위약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이 투자를 철회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할 법적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사업 예정 부지는 현재까지 비어 있다.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무산되면서 수성알파시티 핵심 부지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시는 SK를 대신할 새로운 투자자 확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 6월부터 메가존클라우드 등 복수 기업과 데이터센터 건립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대체 사업자의 참여 여부와 투자 규모, 착공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업 무산은 단순히 민간 투자 한 건이 철회된 데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구 AI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아 왔다. 대구시는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대체 사업의 규모와 추진 속도에 따라 지역 AI 산업 경쟁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하고도 사업 이행을 담보할 장치가 부족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기업의 투자 철회에 대비한 위약 조항이나 이행 관리 체계가 미흡했던 만큼 향후 유사한 대형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 시장은 “SK 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대구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설명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