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령인 지방의회가 자리 다툼으로 시끄럽다. 6·3 지방선거가 끝나자 시의회 의장에 선출되기 위해 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 시·구의원은 누가 출마했는지 잘 알지 못해 유권자들이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적잖다. 당선된 이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당적을 내팽개친다면 주민들과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다. 30년 넘은 민선 지방자치가 구태 정치에 물든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의회는 지난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석, 국민의힘이 3석을 차지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탈당하더니 야당 지지를 받아 의장에 선출됐다. 경남 사천시의회는 의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의원이 당을 나와 꼼수로 의장에 뽑혔다. 당초 여야가 6석씩 나눠 가졌는데 탈당한 의원이 7표를 얻어 의장 자리를 꿰찼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상임위원장을 노린 민주당 의원이 당을 나오면서 팽팽하던 여야 균형이 깨졌다.
여주시의회는 의석수에서 민주당에 4대3으로 앞선 국민의힘이 시의회 의장을 배출하고도 징계하는 촌극을 벌였다. 당에서 의장 후보를 내정했는데, 같은 당 소속 다른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독자 출마해 민주당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짬짜미'가 무산되자 국민의힘 경기도당 윤리위는 탈당 권고 징계를 내렸고 당사자는 불복하며 맞선 상태다.
지방의원은 동네 일꾼이다. 지방의회는 유권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주민자치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시의회 의장은 그 대표로서 권한과 의무가 더 막중하다. 의회 운영을 주도하고 자치단체의 예산과 행정을 감시하는 자리다. 소속 정당을 저울질하며 나눠 먹는 전리품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방자치의 오랜 전통에 먹칠하는 행위다.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는 건 출마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당의 정책과 가치를 주민자치를 통해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후보는 몰라도 정당을 믿고 투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선되자마자 당적을 옮기는 얌체 짓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해선 안 된다. 주민소환으로 책임을 묻거나 당선 후 일정기간 탈당을 제한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