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히자 주주단체가 "노동이 경영의 전면에 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의 미래 투자와 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의에서 정작 재산상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가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14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노사 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설문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로 나타났다면서 2027년 교섭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노정 갈등이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에서 주주가 배제된 문제로 규정했다. 이 단체는 "노동이 회사의 15년 투자 결정을 '교섭하겠다'고 나서고 정부가 이를 막아서는 풍경 자체가 불과 두 달 전 경고했던 사태가 현실이 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5월20일 삼성전자 노사 간 '영업이익 N%' 성과급 합의를 논란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당시 정부 중재로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산식이 마련되면서 회사 이익 배분 문제가 노사 교섭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투자 결정마저 노조가 관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한 번 열린 문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며 "이익을 나누는 일을 교섭할 수 있다면 그 이익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결정 또한 교섭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논리로 뻗어 나간다"고 했다. 이어 "경영의 전면에 선 노동집단의 출현"이라고 날을 세웠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기업 투자·증설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주주운동본부는 "(정부) 스스로 5·20의 과오를 자백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쪽에선 이익 배분을 노사 교섭으로 다루면서 다른 한쪽에선 투자 결정을 '경영 영역'이라고 규정하는 자체가 모순이란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설명자료를 내고 "기업투자, 공장증설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개정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 대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투자 결정의 이행 과정에서 근로조건이 실제로 달라지는 경우 해당 내용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신설 자체나 투자 지역·규모는 경영 판단이지만 이후 이뤄지는 전환배치, 고용 안정, 근무제도, 산업안전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 변화는 노사가 다룰 수 있다는 취지다.
초기업노조는 앞서 삼성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 발표 이후 조합원이 일하게 될 현장 산업안전, 주거 환경, 기반시설, 처우 등을 논의하자면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당시에도 협의 범위와 관련해 산업안전, 숙소·통근, 복리후생, 전환배치 등은 노조가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면 광주에 공장을 지을지, 투자 규모·착공 시기를 어떻게 정할지, 평택·용인·광주 간 생산능력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관해선 경영진이 책임질 영역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번엔 노조가 개정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투자 계획을 교섭 의제로 직접 제시하면서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이것은 노사정의 문제가 아니라 주사정의 문제"라며 "회사의 이익을 나누는 일도, 그 이익을 미래에 투자하는 일도 종국에는 주주의 참여와 동의 위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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