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선거인에게 정몽규 당시 후보 지지를 요구하며 대가를 약속하는 취지의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KBS가 입수했습니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로, 공식 선거 사무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선거운동 자격이 없는 인사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선거인단 192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힌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 A씨는 지난해 2월, 투표를 닷새 앞두고 한 심판 평가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판 평가관은 심판의 수행 능력 평가를 담당해, 승급이나 경기 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평가관은 A씨에게 심판 승급과 경기 배정 등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정몽규 회장을 밀어줘"라고 말했습니다.
또,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유도했고, 투표 전날에는 서울의 한 카페로 불러내 지지 요구를 반복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인 문진희 위원장도 동석했으며, 두 사람은 A씨의 심판 승급과 경기 배정 문제를 거듭 언급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본인과 선거 사무원 3명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누구든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인에게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선거인 명부 역시 선거운동 관련 목적 외 열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해당 선거에서 정몽규 당시 후보는 85%가 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고, 당시 대한축구협회 집행부 이사였던 문진희 위원장은 선거 뒤 심판위원장에 선임됐습니다.
녹취 속 발언에 대해 심판평가관은 "선거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했고, 문진희 위원장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정 회장이 이끄는 HDC 측은 "답할 사안이 아니다", 축구협회는 "후보자 개인 활동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창립 이래 대의원과 임원, 심판,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이른바 '간선제'로 회장을 뽑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투표권자인 선거인단을 암암리에 접촉해 표를 움직인다는,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