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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장관의 주장을 짧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동의 없이 집권세력의 정체성을 바꾸려 하는데, 이를 추진하다 난관에 부딪치자 일부 평론가들을 동원해 기존 지지자 및 ‘친문’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여론 조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했다면, 이는 경악할 만한 일이다. 이전까지 유튜브 운영자 김어준 씨 등을 중심으로 한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정 유튜브 채널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고 평론가들에게 자리를 나눠줘 당권 경쟁에 있어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는 아무 근거가 없다. 정부 광고 집행설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따로 보도자료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어쨌든 이는 당권 레이스에서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느 선거에서처럼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생기는 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 전 장관은 김민석 총리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을 배후로 규정했다. 이러면 사태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대통령이 부당한 수단을 동원해 당무에 개입하고 여론 조성을 하려 했다면 수사의 대상이 된다. 검찰이 무소불위이던 시절이었다면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과 관련자의 줄소환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유시민 전 장관이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하면서 맥락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이 ‘증축이 아닌 재건축을 하려 했다’는 것부터가 맞지 않는 인식이다. 이렇게 주장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까지 편 정책이 역대 민주당 정권의 가이드라인 바깥으로 완전히 나가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볼 수 없다. 유시민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대한 정부안 등을 예로 들었지만, 여당의 반발을 부른 중수청 및 공소청 관련 1차 정부안은 문재인 정권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주장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심지어 2차안은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합의한 안이었다. 이것조차 강경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은 결국 강경파들이 요구하는 대로 내용을 다시 한 번 조정했다. 재건축이 어디에 있나?
일부 인사를 역시 예로 들지만 이도 부당하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 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참모에 불과한 이들이 추진한 무엇이 집권세력의 정체성을 바꾼다는 것인지는 설명된 바 없다.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나 인요한 전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 등은 내란 청산이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인사지만, 그렇다는 사실이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선이 전통적인 민주당 노선 바깥으로 나갔다는 걸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잘못 선택한 문제이지 잘못된 노선이 야기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의 반발을 물리치고 초대 비서실장으로 민정당 출신인 김중권 전 의원을 기용한 사실도 있다.
둘째, ‘용역평론가’라는 규정은 모함에 가깝다. 이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정부 광고 지출설은 사실이 아닌 걸로 이미 드러났다. ‘자리’를 기준으로 주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파성을 우선하는 인사에 대한 지적은 여러 부분에서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부에서 특별히 ‘친명 스피커’들만 편향적으로 기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런 사실관계들은 무시될 것이다. 김어준 씨와 유시민 전 장관을 좋아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평론가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논쟁을 벌이는 것 대신 “용역평론가!”란 수사를 외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장관이 이런 사실관계를 모르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유시민 전 장관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냈고 여러 당을 창당하는 등 현실정치에 깊게 관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의도가 실린 정치적 주장인 것이지 어떤 오해나 사실 오인의 차원이 아니라는 거다. 그 목적은 집권세력이 자신이 선호하는 정책, 인사, 구호를 수용하도록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음모론적 방식으로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한 후 이의 회복을 정의로 규정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온갖 수사를 동원하고 이를 근간으로 ‘대안적 사실’을 양산하는 행태는 미국의 트럼프식 정치에 비견할 만하다. 이런 정치는 전세계적으로 해악이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실제 유시민 전 장관의 이러한 시도로 정청래 전 대표는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누굴 탓하겠나? 자기 정파에도, 더불어민주당에도, 한국 정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러한 ‘비평 활동’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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