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민생 위해 치열히 고민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6.3 지방선거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최근 대통령의 유럽 순방 공항 환송 행사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인원 최소화 방침'과 '입법부의 역할'을 언급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선거 책임론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의전 논란이라는 형태로 표면화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시민의 눈으로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해외로 나갈 때 여당 대표가 공항에 나와 손을 흔들든, 그러지 않든, 그 자체가 국정의 본질일 수는 없다. 외교의 실질적 성과와 국내 정치의 안정이 본질이지, 공항 사진 한 장에 담길 '의전의 유무'가 아니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모습 자체가, 정치권의 시선이 국민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권력 내부의 경쟁이 민생을 밀어낸 1년
집권당은 대통령의 사당(私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민의를 거스르거나 헌법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집권 여당의 기본적 책무는 국정 운영을 책임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권력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대선 과정에서 함께 제시한 국정 비전과 민생 공약에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던졌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성공시키고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안타깝게도 이 질문 앞에서 민주당은 당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년 당내 경쟁의 중심에는 민생이 아니라 권력의 향배가 있었다. '누가 더 강한 친명(친이재명)인가', '누가 더 핵심 지지층의 선택을 받는가', '누가 차기 권력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당내 정치를 지배했다.
그 사이 국민들이 던진 절박한 질문들은 뒤로 밀렸다.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어떻게 청년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것인가', 'AI 시대의 국가 전략은 무엇인가', '저출생과 양극화의 늪을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이 중차대한 과제들이 권력 내부의 경쟁 속에서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경쟁은 당원들에게 일시적인 결집 효과를 줄 수 있다. 언어가 거칠수록 박수를 받기 쉽고, 편을 가를수록 지지층은 모인다. 그러나 집권당은 당원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공적 세력이다. 지금 여당 지도부에게 필요한 것은 대결적 전투력이 아니라, 이견을 조율하고 외연을 넓히는 정치력이다.
◇'3고 위기' 속 민생, 정치가 답해야 할 시간
정권 초반의 가장 큰 자산은 국민이 보내준 기대와 신뢰다.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민생 안정과 구조 개혁에 써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차기 권력 경쟁과 계파 갈등이 전면에 등장했다. 대통령이 '지금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느낀다면, 그 답답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서민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임금 생활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줄어들고 있다. 대외 경제 환경도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청 간 주도권 다툼이 계속된다면, 국회에 쌓인 민생 법안들은 더 오래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길을 잃고 표류할 때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상처받는 쪽은 언제나 힘없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지방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승패의 미련을 내려놓고 냉철한 평가 위에서 앞을 봐야 한다. 지금 당청이 해야 할 일은 서민 경제의 숨통을 틔울 정책을 조율하고, 위기 극복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서로를 향해 '네 탓'을 하기에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국민은 당청이 머리를 맞대고 눈앞의 민생을 살피기를 원한다. 대통령의 권력도, 여당 대표의 입김도 모두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다. 그 위임의 무게를 잊지 않는다면, 지금 이 순간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