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닥치고 씨바’ 우리 시대의 모세다. 김어준이 하나님, 아니 그러니까 시민의 힘과 상식의 무결성이라는 말씀을 허락받아 ‘나는 꼼수다’라는 석판을 들고 도래했다. 김어준이 하나님과 일촌을 맺는 데에는 불타는 떨기나무 대신 안철수나 박원순, 곽노현이라는 아이콘이 동원된다. 이 세계관 안에서는 대마왕 이명박이라는 절대 악의 집권 혹은 나경원류 버섯돌이의 저열함이 보장되기 때문에 유대 민족, 아니 그러니까 ‘아름다운 시민’이 석판의 순결함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석판의 위계에 반박하면 아무튼 전부 때려죽일 놈인 거다. 시민의 힘! 상식의 위대함! 지금 당장 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시민 혁명에 동참하라.
〈나는 꼼수다〉는 ‘우리 꼼꼼한 이명박 대통령님이 그럴 리가 없다’는 조롱으로 반을 채운다. 나머지 반을 저널리즘에 기초한 생산적인 지적에 할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어준이 마이크를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황우석이나 심형래 광풍의 사례에서 보여주었듯, 김어준은 민중이라는 단어의 중독성에 몸을 의탁한 사람이 듣기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하는 방법으로 반지성주의에 기반해 지성인으로서 지분을 획득한다. 지식인 까면서 지식인이 되는 기적에 능한 것이다. 곽노현 눈을 본 적이 있느냐, 곽노현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 곽노현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만나본 사람은 안다 따위 말을 늘어놓는다.
김어준의 문장은 선과 악이 대립하다가 결국 대체 왜 믿지 못하느냐라는 타박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나름 언론사 사주이고, 그래서 글쟁이 욕망을 잘 아는데, 그러는 거 아니다. 왜 믿을 만한 사람을 믿지 못하고 당장의 허물을 꾸짖으며 절대 악 진영의 지속 가능성에 종사하냐’는 거다. 절대 악을 신봉하는 다른 진영에서는 바로 그 우리 대통령님이 믿을 만한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균형감각은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지식인으로 규정된, 바른 말하는 자들은 전체 판의 흐름에 역행하는 토마가 된다. 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냐는 거야! 응? 씨바 승천했다니깐!
2011년글인데 혜안 있었네
전문은 링크로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