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를 돕는 자원봉사자 쉼터로 알려진 사무실이 유사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가운데, 흰옷을 입은 한 후보 자원봉사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해당 사무실을 수시로 오갔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약 한 달 전부터 한동훈 후보의 상징색인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계속 출입을 해오다가 유사 선거사무소 의혹이 불거지고 선관위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발길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조사 시작되자 폐쇄된 쉼터... 내부엔 생수 묶음 수십 개

<오마이뉴스>는 지난 28일 한 후보를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쉼터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 덕천동 소재 사무실을 찾았다. 창으로 된 사무실은 대부분 흰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고 베토벤 초상화 사진이 붙어 있었다. 도어락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엔 테이블과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엔 생수 묶음이 수십 개 쌓여 있었다.
앞서 <노컷뉴스>는 이 사무실의 경우 한 후보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이들이 덕천동 일대 사거리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간헐적으로 드나들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며, 선관위가 해당 사무실의 공직선거법 위반 제보를 받고 현장 방문 조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공직선거법 제87조에 따르면 향우회·종친회·동창회·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 간 사적 모임은 그 기관·단체 명의 또는 대표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제89조에 따르면 누구든 선거사무소·선거연락소 등 외엔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이와 유사한 기관·단체·시설을 새로 설립·설치할 수 없다.
앞서 부산시 북구 선관위는 '위드후니', '부산도토리팀', '후니바다' 대표자에게 '팬클럽의 선거운동 및 유사 기관 설치 금지 안내'를 했다며 "회원들의 쉼터라는 명목 하에 특정 장소를 임차해 다음과 같은 행위(선거운동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 장소 및 휴게 공간으로 활용 등 위반 사례)를 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상 쉼터들이) 자진 폐쇄된 것으로 확인했고 지금은 없다"라고 했다.
"선거 기간이 되니까 흰색 옷을 입고 사람들이 막 왔다 갔다 해"

<오마이뉴스>가 28일 만난 인근 상인들도 해당 사무실이 한 후보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이들의 거점처럼 이용되고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한 상인은 "한 달 전부터 흰색 옷을 안 입은 아주머니들이 (해당 사무실에) 많이 왔다. 베토벤 사진이 걸려 있어서 '여기 뭐 하는 데냐' 물어보니까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노는 놀이터라 하더라"라며 "그러고 선거 기간이 되니까 사람들이 흰색 옷을 입고 막 왔다 갔다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상인은 "(선관위 현장 조사) 뉴스가 나오고 사람들이 없어졌다"라며 "기사가 나오고 갑자기 그 뒷날부터 조용하게 싹 비어 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걸리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유사) 선거사무실(격으)로 쓴 건 있다"라며 "보면 뻔히 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다른 상인도 "(흰옷 입은 분들이) 맨날 (해당 사무실에) 나오는데 오늘은 안 나오셨나 보다"라며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해서 항상 열려 있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도 "며칠 전엔 (흰옷 입은 분들이 오가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쉼터 들어가던 두 남성, 한동훈 선거운동 관련성 묻자 "창고잖아"

<오마이뉴스>는 28일 도어락을 열고 해당 사무실로 들어가는 두 남성을 포착했다. 사무실 안에 있던 한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해당 사무실이 한 후보 선거운동과 관련이 있냐고 묻자 그는 "창고잖아"라며 "애초에 쉼터가 아니었다. 누가 왔다 갔다 할 수 없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노컷뉴스>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거듭 "오보"라고도 했다.
한동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해당 사무실에 제기되는 유사 선거사무소 의혹에 대해 "저희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선거사무실은 공식 선거 캠프와 후원회 선거사무실 외엔 없다"라고 답했다. 현재 해당 사무실의 운영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전혀 알지 못하는 거니까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했다.
한편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에 해당 사무실과 관련해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 관련 활동을 하는 등 유사 기관을 설치했는지 밝혀달라고 부산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했다"라고 밝혔다.
부산시 선관위는 지난 2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지지자 2명이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선거구 지역을 순회하며 자원봉사자에게 생수 1000여 병을 무료로 배부한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 후보 자원봉사자 쉼터로 보이는 덕천동 소재 사무실 현장 조사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115조에 따르면 누구든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 또 제230조에 따르면 제135조(선거사무 관계자에 대한 수당과 실비 보상) 제3항을 위반해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 기타 이익을 제공하는 때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부산시 선관위는 현재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인 데다 경찰로 사건을 넘긴 단계라 구체적인 내용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부 행위 등 중대 선거범죄와 관련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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