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환헤지 비율 10% → 15% 확대…30조 '환율 방어막' 친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환헤지 비율을 15%로 높이며 외환시장 영향력을 한층 키우게 됐다.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전술적 환헤지 5%까지 더하면 실제 운용상 환헤지 상단은 최대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3차 회의를 열어 해외투자 관련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최근 국제 정세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환헤지 비율을 15% 수준으로 높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환헤지 실행 과정에서는 외환당국과의 스와프 활용 등 협업도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기금위 의결 사항인 전략적 환헤지 10%와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여건에 맞춰 조절하는 전술적 환헤지 5%를 합한 15% 범위에서 환헤지를 해왔다. 이번엔 전략적 환헤지 기준선 자체를 15%로 올린 것이어서 전술적 대응 여력까지 감안하면 전체 상단이 20%로 넓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중장기 기준은 기금위가 정하고, 단기 시장 대응은 기금운용본부가 맡는 구조인데, 이번 조치로 두 축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커진 셈이다.
시장에선 이번 결정을 단순한 운용기법 조정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환헤지는 현물 달러가 한꺼번에 국내로 들어오는 개념은 아니지만, 스와프나 선물환 거래를 통해 원화 매수·달러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앞서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15%로 높일 경우 30조원 규모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금 30조원이 곧바로 유입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추가 헤지 수요가 외환시장 수급에 의미 있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복지부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향후 국제 정세 변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1458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4.7%에 달했다. 해외 자산은 약 6000억달러로 외환보유액 4280억달러를 웃돌았다. 기금 규모가 커진 만큼 국민연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시장 참가자에겐 정책 신호처럼 읽힐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기금위는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한 기금운용 현황과 리스크도 함께 점검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금융시장 지표를 종합한 ‘위기인식지수’를 바탕으로 기금운용본부 내 위기 대응반을 가동하고, 단계가 높아지면 투자위원회 차원의 전술적자산배분(TAA)이나 기금위 차원의 전략적자산배분(SAA) 조정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보수적 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중동 관련 종목 및 운용사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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