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촉법소년 연령 하향, 두 달 내 결론짓자"
정부, 공론화위원회 구성 시작…성평등부·인권위 등은 반대
학계에서도 의견 갈려…"오히려 재범 늘어" vs "오래된 기준 바꿔야"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두 달 내 결론 짓자'고 언급한 가운데 정부가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간 의견이 갈리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등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이대통령이 내세운 '두 달 내 결론'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 조정의 필요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 실·국장과 학계·법조계 전문가 등 20명 안팎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은 이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긴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대통령은 지난 1월24일 국무회의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촉법소년 연령을) 1살은 최소한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라며 "공론화를 거쳐 두 달 후에는 결론을 내자"고 밝힌 바 있다.
촉법소년은 범행 시점 나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범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법상 보호 처분이나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국내의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촉법소년 연령이 유지돼 왔는데, 이에 대해 촉법소년 검거 건수 증가와 신체 조건 등 청소년 성장 속도 변화에 따른 현실이 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촉법소년의 검거 건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촉법소년(만 10~13세) 범죄유형별 검거 현황은 2021년 1만1677명에서 △ 2022년 1만6435명 △ 2023년 1만9653명 △ 2024년 2만814명 △ 2025년 2만1095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치솟았다.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 증가 현상은 최근 5년뿐 아니라 지난 2000년 이후 지속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2000년 이후 사실상 매 정부에서 이뤄졌으나, 실제 하향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2년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정성호 법무 "하향해야", 원민경 성평등부 "사회 점검 먼저" 갈등
그러나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간 의견이 각각 찬성과 반대로 갈리고 있어 이번에도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9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각종 범죄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며 "마약이나 성범죄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것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단순한 교육 갖고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으나,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 보호와 성장이 저희 부처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촉법소년 하향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원 장관은 "소년사건 관련해서 '아이의 실패는 사회의 실패'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연령 하향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사회의 실패를 인정하기 위해, 과연 우리 사회가 소년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을 보여줬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냈던 인권위는 이번에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지난달 말 상임위원회를 열고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기존 의견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 예방에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국제 인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지난 2007년과 2018년, 2022년에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학계 등 일선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아이들이 성숙해진 만큼 시대 변화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진국도 강력처벌을 했다가 낙인효과, 사회적 고립 등으로 오히려 재범이 늘었다"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형사처벌 연령을 상향했다"라고 말했다.
일부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대통령이 '두 달 후 결론을 내자'고 주문한 국무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통계로 확인되는 소년범죄 비율은 전체 범죄의 4% 내외인데도 여론을 이유로 과연 13세 아동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며 "소년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일부의 예를 들어 처벌 강화를 외치는 여론에 편승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반대 의견이 존재하긴 하나, 이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여소야대인 국회 역시 이대통령의 뜻을 꾸준히 반영해 오고 있어 하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하향 수위와 적용 범위 등 쟁점 조율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대통령이 제시한 '두 달' 내에 입법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전문가나 관계 부처 안에서 논의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국민들이 촉법소년에 대해 언론 기사 등을 통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촉법소년이 어떤 개념이고 연령 하향에 찬성 또는 반대 이유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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