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금지법 논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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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에서 사면법 개정, 이른바 ‘사면금지법’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범죄, 즉 내란 외환범에 대해 사면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나도 쌍수를 들어 동의한다.
문제는 지금 이 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쟁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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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냉정하게 보자.
현행 헌법 구조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재량이다.
대통령이 사면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내란 외환범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법이 없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이재명 대통령이 재임 중 내란 외환범을 사면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법률까지 고쳐가며 사면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발상에는 과잉입법의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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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논란도 가볍지 않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부여하면서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언이 어디까지 사면의 입법적 제한을 허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이번 입법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의 본질을 침해하는 수준의 제한으로 본다면 필시 위헌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 법률이 그런 논쟁까지도 불사할만큼 입법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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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있다.
이 법의 사실상 목적은 향후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특정 인물의 사면을 어렵게 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런 법이 있다고 해서 그런 목적이 완전하게 달성될 순 없다.
법률은 국회 다수당에 의해 언제든 다시 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면금지법은 미래 권력의 사면 결정을 영구히 봉쇄하는 장치라기보다, 그 정치적 비용을 높이는 장치에 불과한 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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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입법 시도 이면에 있는 정치적 패배주의 심리도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사면금지법은 향후 정권을 잃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 정권이 미리 제도적 장벽을 쌓아두려는 대비책이다.
그러나 스스로 정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이런 법률을 만든다면 자칫 지지자들에게 자신감 결여로 보이게 하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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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근본적인 우려 하나를 더 말한다.
최근 여당의 입법 태도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무엇이든 법률의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법만능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법률은 정치적 선언문이 아니다.
법률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까지 다수의 힘으로 규범화하려는 태도는, 입법의 권위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쟁을 스스로 확대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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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은 정치적 의지를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
지금 여당이 쏟고 있는 에너지가 과연 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차분히 물어볼 때라고 생각한다. (2026. 2. 21.)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