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의 ‘당권 시계’가 빨라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을 제안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자연스럽게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가 대척점으로 부각됐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 전 합당을 철회하고, 김 총리는 “국정에 전념하겠다”며 한발씩 물러섰지만,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차기 당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차기 당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당대표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김어준 씨 유튜브 방송 등에서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던 반면, 당권 도전에 대해선 여지를 남겨왔다.
다만 김 총리가 먼저 나서 당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민주당 내 갈등 상황이 김 총리를 조기에 당권 경쟁으로 끌어들였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특히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할 때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반대에 부딪히며, 김 총리에게 시선이 쏠렸다. 정 대표의 ‘독주형 리더십’에 대한 반발심리로 ‘안정감’이 강점인 김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이다. 김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합당 반대에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친청(정청래)계와 친명(이재명)계의 ‘내전’ 양상으로 흘렀다.
이후 김 총리는 신년 기자단간담회에서 “합당 논의가 국정 운영에 도움되지 않는 상황으로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반대에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이나 당명을 바꾸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다분히 열성 당원들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리가 직접 합당 반대 의사를 밝히며 명·청 갈등에 ‘참전’한 것은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국정 2인자로서 산적한 국정 현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김 총리가 갈등의 중심인 계파 수장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금은 (대통령을 도와) 부동산, 외교 정책 등에 매진할 때”라며 당권 의사 표출 자제를 권유받기도 했다.
총리실 안팎에선 김 총리가 남은 기간 국정 운영에 전력하며,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가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원 및 의원들의 눈도장을 찍을 여지가 큰 정 대표에 비해 김 총리로선 상대적으로 눈에 띄기 힘든 국정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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