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대신 선거 연대로 선회하기로 하면서 20여 일 간 이어졌던 친청파와 반청파 간 계파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강득구 의원의 페이스북에 묘한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으로 이번 사건의 진짜 배경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추측할수 있게 됐다.
10일 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말씀드린대로 홍익표 수석을 만났다"며 "홍익표 수석이 전한 통합에 관한 대통령의 입장은 통합 찬성이다. 현재 상황상 지방선거 이전 통합은 어렵지만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을 하고 전당대회는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하는 것이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필자는 이 게시글의 형식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선 강 의원의 페이스북에서 9일 게시글을 보면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해당 게시글의 어조는 마치 누군가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의 끝에는 "총리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편차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들어가 있었다. 강 의원은 이후 부랴부랴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해당 게시글은 온통 박제된 상태다. 이것으로 합당 반대파들이 누구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가 또 노리는 것이 무엇인가가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득구 의원이 홍익표 정무수석을 만나 들은 바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원하고 있었고 이는 11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브리핑 내용에서 밝힌 사실과 일치한다. 다만 현재 당 내에서 잡음이 발생해 소란스러우니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은 어려워 보이므로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을 하고 8월 전당대회를 '통합 전당대회'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입장이었던거 같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그 뜻에 따라 움직였던 진짜 '친명'은 정청래 대표였고 입으로는 친명이라 떠들며 정 대표를 들이받았던 매명(賣明) 세력들이야말로 진짜 '반명'이라 불러야 할 자들이었던 셈이다. 진짜 이 대통령의 뜻이 이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무개입 논란이 발생할까봐 온갖 음모론적 주장으로 공격을 받아도 묵묵히 입을 닫고 돌을 맞고 있었던 정 대표가 이쯤되면 불쌍할 지경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출범한지 겨우 8개월 밖에 안 된 정부이며 집권 2년 차는 대통령의 파워가 가장 강할 때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가 과연 청와대와 사전 교감 없이 제멋대로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질렀을까? 집권 말기도 아니고 여당 대표가 어떻게 가장 힘이 센 시기의 대통령과 척을 질 수 없었을 거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렇듯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바랐던 바였고 정 대표 역시 그런 교감을 한 것에서 합당 제안을 한 것이며 이를 우상호, 홍익표 등 두 전현직 정무수석이 '증인'으로서 보증까지 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매명 세력들은 이를 무시한 채 정 대표를 향해 '문 어게인'이니 '조국 대권 주자 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음모론적 주장을 떠들며 들이받기 바빴다.
그런데 강득구 의원의 '페이스북 사고'가 많은 것을 알수 있게 해줬다. 결국 이들 매명 세력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사람은 김민석 총리였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지난 6일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쓴 사설 <민주당에 어른대는 ‘문 어게인’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해당 칼럼엔 한 '친명계 의원'의 전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합당 제안 직후 청와대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김민석 총리가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접고 8월 전당대회 출전으로 선회한 건 ‘정 대표의 연임은 절대 안 된다’ 는 청와대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요즘 김 총리 행보를 보라. 당원들 모아 국정을 설명하고, 이해찬 빈소를 내내 지켰다. 전대 나가 정 대표 잡겠다는 뜻이다”
김 총리 본인 또한 지난 1월 유튜브 삼프로TV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민주당의 당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며 넌지시 당 대표 자리에 욕심을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 볼 때 최근 당 내 계파 갈등의 배경은 당권 다툼이었으며 소위 자칭 '친명' 세력들은 작년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정청래 대표의 권위를 무시한 채 호시탐탐 당권을 찬탈하려 시도했으며 자신들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것이 김민석 총리였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필자 또한 설마설마 했지만 본인들이 미주알고주알 다 떠든 것이기에 믿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간 정 대표를 향해 공개 석상에서 모욕적이다 싶은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소위 반청계 최고위원 3인방이 꼬리를 내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 역시 이해가 된다. 본인들은 자신들이 '친명'이라 여겼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앞장서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있었던 '반명'이었음이 들통났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필자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고하자면 정말 김민석 총리가 자칭 '친명' 의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시키고 당 대표 자리를 노리려 든다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이낙연이 걸었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낙연보다 더할 수도 있다.
최소한 이낙연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시절엔 국무총리 일에만 전념했을 뿐 당권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으며 2019년 봄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산불이 났을 때는 유능한 일처리를 보여줘 국민들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낙연이 본격적으로 타락한 것은 민주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당 대표 자리에 올랐으나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안주했던 것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작년 8월 전당대회 당시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소위 매명 세력들은 전당대회 결과도 불복한 채 벌써부터 당권 찬탈 음모를 꾸미고 있고 그걸 조중동에다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었다. 또한 강득구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사건을 통해 볼 때 김민석 총리가 이들 매명 세력과 거리를 두기는 커녕 오히려 이들의 추대에 심취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낙연이 자멸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바로 친문을 참칭했던 소위 문파들의 무지성 지지에 심취했던 것이었다. 김민석 총리가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소위 매명 세력들이 떠받들어주는 것에 홀린다면 그것이 곧 자멸의 길이 될 수도 있다. 나이 지긋한 당원들은 24년 전 있었던 소위 '김민새' 사건과 10년 전 '민주당 당명 알박기' 사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 때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된 것이 없다.
정녕 김 총리가 대권에 꿈이 있다면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낙연이 몰락한 것은 국무총리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광 덕에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당 대표가 됐을 때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검찰개혁 입법예고안이 누더기가 된 것에 대해 김 총리는 정말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민주당원들의 숙원인 검찰개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벌써부터 당권과 대권에 욕심을 내는 건 염치 없는 것이다.
끝으로 소위 매명 세력에게도 한 마디 해야겠다. 강득구 의원의 페이스북 사건으로 인해 당신들이 진짜 원했던 바가 무엇인지가 드러난거 같다. 당신들은 '문 어게인'이니 '조국 대권주자 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온갖 음모론적 주장까지 해대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욕했고 조국혁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도 모욕했다.
조국 대표가 그랬듯이 당이 작다고 해서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사람들은 모두 대자대비한 부처님들이라 당신들이 한 모욕적인 발언을 다 참고 넘길까? 솔직히 매명 세력들 때문에 선거 연대조차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제대로 선거 연대를 하려면 반드시 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더 이상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팔지 말고 '친명'을 참칭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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