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4심제’라는 비판이 제기된 재판소원 도입 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어제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이의가 있으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야당은 물론 대법원도 “위헌 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여당은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법안을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에 대해 “헌법 개정 없이 (국회가) 입법으로 도입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재판소원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의 경우 연방기본법(헌법에 해당)에서 법원이 아닌 헌재를 최고 사법기관으로 했지만, 우리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재판소원과 같은 형태의 4심제 도입은 위헌이라는 게 대법원의 공식 입장이다.
반면에 헌재는 “법원 재판을 통한 기본권 침해도 구제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소원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과 헌재라는 두 헌법기관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법안 처리는 각별히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하다.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 관련 ‘3대 법안’에는 대법관 증원과 법 왜곡죄 도입도 있다. 대법관 증원 법안은 재판소원 법안과 함께 법사위에서 논의했고, 법 왜곡죄 법안은 지난해 12월 법사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여당은 ‘사법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야당은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반발한다.
일각에선 여당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아무리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라도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삼권분립의 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우려가 있다. 여당은 무리한 입법 시도를 멈추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노력부터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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