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발(發) 무인기에 대한 재발 방지와 사과를 재차 요구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조사단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응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14일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통일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군과 경찰의 합동조사단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4년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일에 대해서도 재판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서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당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그에 맞춰서 우리 정부도 상응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사과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남북간 일체 연락 소통채널이 끊어져 있으니 공중에다 대고 담화 발표 등을 통해 서로 뜻을 전달하고 있다. 지극히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이라며 남북 간 연락채널 복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 장관은 다음 달 개성공단 폐쇄 10년을 맞는 데 대해서도 이날 관련 기업인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린 개성공단 투자 기업인 여러분께 과거 정부를 대신해 깊은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금강산 관광, 남북경협사업을 위해 북한 내륙에 투자한 기업인도 국가와 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갑자기 사업을 중단한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 13일 '아무리 개꿈을 꾸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남북관계 개선 희망은 '개꿈'과 '망상'에 불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날 밤 담화는 앞서 이날 통일부 당국자가 취재진과 만나 지난 11일 담화에 대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소통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는 평가를 내놓은 지 10시간만에 나왔다.
김 부부장은 자신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통일부에 대해 "한심하기로 비길 짝이 없는 것들"이라고 칭하며, "서울이 궁리하는 '조한(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희망 부푼 여러가지 개꿈들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전부 실현불가한 망상"이라고 깎아내렸다.
자신의 담화가 긴장 완화 가능성으로 해석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적대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한관계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개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기존의 '북남관계'를 대체해 사용하는 용어다.
그는 또, "아무리 집권자가 해외에까지 돌아치며 청탁질을 해도, 아무리 당국이 선의적인 시늉을 해보이면서 개꿈을 꾸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절대로 달라질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지도자와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담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일 정상의 공동언론 발표가 나온지 약 6시간 만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번 담화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김 부부장은 또 한국발 무인기 영공 침범이 "조선의 주권을 침해하는 엄중한 도발행위"라면서, "이것은 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적대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당국은 공화국의 주권침해도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도발이 반복될 때에는 감당 못 할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수사적위협이나 설전의 연장이 아니다"라며 "주권침해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주권수호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비례성 대응이나 입장발표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물리적 수단까지 사용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틀 전 담화에서는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도발 의도가 없다'고 한 국방부의 입장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던 데 비해 이날 담화에선 '인정'과 '사과','재발 방지 조치'까지 요구 수위를 높인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무인기 사태를 '적대적 2국가 관계' 강화의 명분으로 확보하고, 적대감 고취를 통해 체제 결속에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무인기 사건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확장하려는 데 대한 차단성 경고"라고 해석했다.
또, "한일정상회담 결과 직후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한일 공동 발표에 담겨 있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축 노력에 대한 반발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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