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후 신설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정부안에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청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소청 검사가 수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정부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방지 등을 위해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공소청이 현재의 검찰처럼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구조는 검찰개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등 검찰개혁 세부안을 두고 여권 내 논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오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소청·중수청법 정부안을 입법예고한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의 기소·공소유지 기능을 법무부 소속 공소청으로, 직접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소속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올해 10월 시행키로 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중수청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를 따왔다.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재명 대통령 생각이 반영됐다고 한다.
중수청 수사범위는 내란·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대형참사, 마약, 방위산업, 사이버 등 9대 범죄로 정했다. 마약, 사이버 범죄는 국경을 넘나들며 발생해 적발이 어려워 중수청이 수사하는 게 적합하다고 결론냈다. 반면 여권 일부는 중수청 수사범위를 현재 검찰의 수사개시 가능 범죄(부패, 경제)보다 지나치게 넓혀놨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수청 수사관 직급체계를 ‘수사사법관’과 ‘전문(일반)수사관’으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일정 경력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은 영장 신청, 송치 권한을 갖게 하는 등 전문수사관과 차이가 있다. 다만 전문수사관이 5급이 되면 소정 절차를 거쳐 수사사법관으로 채용하는 경로를 넣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은 우수한 검사들을 중수청으로 가게 해 중대범죄 수사역량을 갖추려면 이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권 강경파는 검찰 내 수직적인 검사·수사관 관계를 그대로 끌어와 검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수사관 이원화 방안에 대해선 이견이 상당해, 중수청 출범 때 중수청에 지원하는 검사에게만 예외로 수사사법관 직급을 부여하고 신규 채용부터는 직급을 일원화하는 절충안으로 막판 조정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청 검사 권한에서는 수사 관련 내용이 빠진다. 공소청은 지금의 검찰처럼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안은 중수청이 수사에 착수하면 공소청에 통보하도록 했다. 공소청은 중수청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담당 수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정부안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공소청에서 검찰의 수사개시 권한을 떼어내면서도 현재 검찰의 권한과 역할을 크게 흔들지 않고 공소청과 중수청에 분산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로서는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앞두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 쓴 셈이다.
하지만 여권 강경파는 검찰 기득권을 유지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다음달 입법까지 여권 내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 9일 검찰개혁추진단이 추진단 자문위원회에 정부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일부 위원들이 그간 논의 결과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거나,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행안부, 법무부 등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12일 발표할 정부안이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번 정부안 발표를 계기로 검찰개혁 세부안에 대한 여권 내 논쟁은 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완수사권, 전건 송치 등 핵심 쟁점은 공소청·중수청법을 마련한 뒤 오는 4월 입법예고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이후 6월 지방선거 전 입법이 목표인데,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소청법에선 검사의 수사 권한이 삭제됐지만, 형사소송법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남아있다. 법무부 등은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될 경우 수사 지연과 공소유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최소 범위라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인권침해 요소가 제기될 수 있는 수사 과정에 대한 감시를 위해 1차 수사기관이 공소청에 모든 사건을 송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여권에선 검찰 출신인 봉욱 민정수석과 추진단 내 파견검사들이 정부안 마련을 주도하며 검찰 조직을 보존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보완수사권 논의가 이뤄지면 검찰개혁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소청·중수청법과 동시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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