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다수 이사 7인이 임명제청한 박장범 사장은 이진숙 위원장의 '2인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체제에서 탄생했다. 해당 이사들 운명을 가를 재판 선고일이 다가온 가운데, 이들에 의해 출범한 박장범 사장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신임 방미통위 위원장 입에서 나왔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인 방통위'의 KBS 이사 추천 의결, 이후 이뤄진 박장범 KBS 사장 선임 관련 질문을 받았다. 과거 윤석열 정부에선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 몫 2명 만으로 운영되는 '2인 방통위' 문제가 지속됐다. 앞서 지난해 7월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2인 회의'를 열어 KBS 이사 11명 중 국민의힘 몫 7명을 새로 추천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신임 이사들이 박장범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 "2인 결정, 법치행정 원리에 근본적으로 어긋나"
인사청문회에선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일을 언급하면서 "이런 절차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으로서 충분한 적법성·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종철 위원장은 "제가 일관되게 법리적 의견으로 상임 5인 위원 체제의 기관에서 2인으로만 어떤 원인에 의해서건 결정을 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라는 생각을 계속 견지해 왔다"라고 답했다. 박장범 사장이 적법하지 않은 체제에서 선출됐다고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인 방통위가 추천한 KBS 이사들은 서기석 이사장을 비롯해 권순범, 류현순, 이건, 이인철, 허엽, 황성욱 이사 등이다. 이로써 KBS 이사회는 윤석열 정부 기준으로 여권 7인, 야권 4인으로 여대야소 구도가 강화됐고 해당 이사들 주도로 박장범 사장 임명제청이 이뤄졌다. 당시 새 이사 임명으로 교체된 조숙현 전 이사와 야권 이사 4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2인 방통위의 신임 이사 임명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취소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 1심 선고일이 내달 22일로 다가왔다. 이 판결에 KBS 다수 이사들의 지위가 달린 셈이다.
그간 법원에선 '2인 방통위' 의결 효력을 중지하거나 되돌리는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 9월 대법원은 2인 방통위가 의결한 KBS 신임 감사 임명 효력을 정지하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3월엔 2인 방통위가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 선임 효력이 대법원에 의해 정지됐고, 8월엔 방문진 이사 선임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1심 선고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4월엔 2인 방통위의 신동호 EBS 사장 임명효력이 정지됐다.
지난달 28일엔 서울행정법원이 2인 방통위가 유진그룹(유진이엔티)을 YTN 최대주주로 변경 승인한 결정을 취소하면서 "(방통위 의결은) 합의제 기관으로 실질적 기능을 위해선 적어도 3인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2인 방통위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과징금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판결에서 '2인 의결'은 정족수에 미달한다는 판단이 연달아 나오기도 했다.
효력 정지·취소 잇따른 '2인 방통위 의결'…KBS 이사 선임은?
2인 방통위의 구 여권 이사 7인 임명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경우 박장범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구 야권 이사들은 '2인 방통위'로부터 부당하게 임명된 7인 이사들이 박장범 사장 임명제청을 의결한 것 또한 위법하다고 주장해 왔다. 90여 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해 박 사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한 추천을 받아 임명된 무자격 KBS 이사 7명이 일방적으로 박장범 후보자를 선출"했다며 "법원에서는 KBS 이사 7명의 자격 여부를 다투고 있고, 이들이 뽑은 박장범 씨는 후보 자격도 없다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 KBS 기자 495명, KBS 주요 직능단체들이 박장범 당시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던 시기다.
박장범 사장 임명 과정에서의 '용산 개입설'도 의혹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말 이사회가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전부터 대통령실이 당시 박민 사장에게 '사장 교체' 뜻을 전했다고 들었다는 증언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장 후보자(박장범)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에서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서기석 KBS이사장의 경우 박민 전 사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같은 여권 이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특정 후보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받은 당사자다. 서 이사장은 이런 의혹에 적극 해명한 적이 없다. 서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는 '2인 방통위'에 의해 연임됐고,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의결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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