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편법 유출에 가격담합·용량 꼼수까지…국세청, 1조원대 탈세기업 31곳 고강도 세무조사
[더퍼블릭=안은혜 기자]외화를 편법으로 유출해 고환율을 부추긴 기업들이 무더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23일 고환율 국면에서 외화를 편법 유출한 기업들은 물론 가격담합, 슈링크플레이션, 할당관세 편법 이용 수입기업 등 탈루 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이 최근 5년 간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 규모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은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가격 담합·독과점 기업 7곳, 관세 인하 혜택을 악용한 수입기업 4곳, 치킨·빵 등 외식 프랜차이즈 중심의 슈링크플레이션 업체 9곳, 법인자금을 동원해 외화를 빼돌린 외환 부당유출 기업 11곳 등 총 31개 기업이다.
국세청은 특히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편법으로 외화를 유출한 기업들이 수급을 왜곡하고 환율 불안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탈루 혐의 금액은 7000억~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무단지 개발사업비 조달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 기업은 최대주주인 해외법인으로부터 지급보증 용역을 제공받는 대가로 약 70억원의 외화를 해외법인의 대외계정을 통해 송금했다.
해당 해외법인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였으며, 국내 임원이 이를 관리하면서 소득 신고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슈링크플레이션(용량 꼼수)으로 논란이 된 외식 프랜차이즈 일부는 원재료 판매 업체와 직접 거래할 수 있음에도 계열 법인을 중간에 끼워 넣어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주 일가가 소유한 가맹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권리금을 과다 지급해 이익을 이전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기업은 담합 업체들과 사다리 타기나 제비뽑기 방식으로 낙찰 순번을 정하는 이른바 ‘나눠먹기식 수주’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에 공사 계약금액의 약 10%를 담합 사례금으로 지급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세청은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 과정에 개입시켜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 공급하는 방식으로 할당관세를 편법 이용한 기업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통관 용역을 제공하고도 과세 대상 거래를 면세로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분석, 외환자료 분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증거 인멸이나 재산 은닉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물가와 환율의 상방 압력을 키우며 시장 질서를 훼손한 탈세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변칙적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에 이어 국세청까지 환율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288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