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469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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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위 배당'이라는 허상
법원이 국회가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를 반대하는 주된 근거는, 무작위 배당 원칙이 깨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무작위 배당의 풀은 그때그때 재판장 의견이나 상황을 반영해 달라집니다. 재판을 합치거나 합치지 않는 것 역시 법원의 재량입니다. 규모가 작은 지방법원 아래 지원의 경우 아예 형사합의부가 하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무작위 배당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크게 부패, 경제, 성폭력으로 나뉘는 전담 사건을 구별해둔 것도 법원 스스로 이미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컨대 알선수재죄 사건을 접수한 법원은 부패 전담 재판부 가운데 추첨해 재판부를 배당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을 기준으로 추첨 대상은 기존 16개 재판부에서, 부패 전담 재판부 6개로 줄어듭니다.
대법원은 그제 내란·외환·반란 사건을 전담할 수 있는 재판부를 만들 수 있도록 예규를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시도 같습니다. 이미 법원에서 기존에 전담재판부를 운용해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배당에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는데 당사자인 판사들이라고 안 그럴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배당 자체에 손을 댈 수 있고, 누군가는 그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의심하는 판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준 의혹인 신영철 전 대법관 '촛불 배당' 사건 등을 겪으며, 이런 일은 다신 없어야 한다는 의식이 법원 안에 형성되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내란 사건 재판부 선정을 평소 방식대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법원의 주장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법원이 이렇게 주장하면서 내세우는 무작위 배당을 살펴보니 진짜 무작위도 아니었습니다. 법원이 사실상 작위 배당을 해 온 이유는 제척·기피·회피 사유가 없는 한 어느 판사가 무슨 재판을 해도 합법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단 한 번 국회를 통해 배당 절차를 정한다면, 그건 '오염됐다'는 불신을 마주한 채 1심이 끝나가는 내란 사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서영(rsy@mbc.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