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폐지·수정 법안 5개 발의
오픈넷 “조속히 통과시켜야”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크게 손보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들어 5건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모두 52명으로, 시민사회에선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3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으로 확인해 보면, 이주희·이용우·김용민·박주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냈다. 현행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07조1항)고 규정한다. 단순히 사실을 말하거나 관련 글을 써도 누군가의 명예가 훼손되면 형사처벌 하는 규정 탓에, 그동안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일본과 한국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희 의원은 지난달 27일 낸 발의안에서 “미국의 상당수 주 및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명예훼손 자체를 처벌하지 않고 민사상 책임의 대상으로 하거나 독일같이 예외적으로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에만 처벌하는 등의 태도를 취해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표현의 자유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적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이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형법상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함께 담았다.
여당 의원들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자 명예훼손죄 등은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친고죄로 바꾸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고발할 수 있고,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기 전엔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사실”을 공공연하게 적시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2022년 2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 사건에 5 대 4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 위헌 의견을 낸 문형배·이석태·유남석·김기영 재판관이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라도 위헌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 의원 5명이 낸 형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엔 야당과 무소속 의원 7명을 포함해 연인원 57명이 서명했다. 중복 서명자를 빼도 52명에 달한다. 그 어느 때보다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2일 논평을 내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미투 고발, 소비자 이용 후기, 상사나 권력자의 갑질 행태 폭로, 학교폭력 고발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도 위축시키며, 이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에서 응당 드러나고 비판되고 개선돼야 할 부조리한 진실들을 은폐시켜 사회 발전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한층 증진시키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개정 법안 발의를 환영한다. 국회가 이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1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혐오 발언을 처벌하기 위한 형법 개정 방안을 보고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한테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하게 되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한 바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79681?sid=102
제발 올해 안에 폐지 소식 들을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