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은 자주 사려깊지 못한 기사를 내고 워딩을 만들어 낸다.
'특종'이라는 이름하에 검증이 덜된 설익은 기사를 내기도 하고 제대로 된 분석 대신 정부나 기업이 제공한 내용을 그대로 기사로 낸다. 대중의 주목을 끌어내기 위해 자극적거나 선정적인 제목을 뽑아내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언론사도 기업이라 먹고살아야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최근에 뉴스에서 아주 불쾌한 워딩을 보았다. 민주당 내 대통령과 당대표의 갈등을 의미한다는 표현으로 소위 "명청대전" 이라는 용어다.
어느 신문사의 기자가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만든 "명청대전"이라는 조어를 사용했을 테고 사람들은 그가 잘했다고 박수를 쳤을지 모른다. 그 누군가가 만들고 모든 언론이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명청대전"을 사용하고 있다.
이재명의 "명"자와 정청래의 "청" 자를 조합했을 텐데 당연히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전쟁을 연상시킨다.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설명하는 데 하필 중국역사의 국가들을 끌여들였다. 이렇게 중국을 연상시키는 조어의 사용이 국민들에게 은연중에 사대주의를 심어주고 조장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또 중국 사람들은 "명청대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한민국언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그들은 아마 대한민국이 여전히 중국 역사의 영향 속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심지어 중국 내 국수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을 속국으로 이해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이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적 비리를 고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언론은 기사를 통해 국민을 계몽하고 선도시키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중국 사대주의를 조장하고 연상시킬 수 있는 "명청대전" 이라는 용어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너무 삐딱하고 편협된 시각이 아니냐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계몽을 거창한 구호 하에 무슨 운동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이런 사소한 용어 사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식민지 시대의 일본 용어들을 정리하여 거의 사라졌다. 일본식 용어는 식민지 잔재라며 없애며 중국 연상 용어는 너무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 만일 프랑스나 영국 언론에서 독일을 연상시키는 조어를 만들었을 때 과연 프랑스와 영국 국민들이 용납을 할까?
정치가에 떠도는 찌라시도 아니고 정론에서 '명청대전'이란 용어를 사용하고도 문제의식을 못느낀다면 그것이 정말 문제다.
좀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필자가 미국 백악관의 인터뷰 장면을 자주 보는 편인데 한국 기자들과 미국 기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이 아직은 권위주의 국가라 그런지 한국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너무 예의를 차리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지 못하고 너무 에둘러서 질문하니 우리가 들을 때도 질문 요지가 무엇인지 이해 못 할 때가 많다.
기자들의 질문이 모호하니 대통령의 답변도 모호하다. 대통령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핵심적 답변은 피한다.
대통령의 발언에 모순과 헛점이 분명 있을 텐데. 그것을 지적하는 기자를 거의 못 봤다. 기자들의 실력이 없거나 직무유기다. 대통령의 답변이 부실한 것은 질문하는 기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래서 결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항상 내용이 없는 맹탕으로 끝나기 일쑤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대통령의 모호한 답변을 잘도 해석하고 포장해서 기사로 쓴다. 날카로움은 없고 작문 기술만 뛰어나다.
반면에 미국 기자들을 보면 대통령 면전에서 우리 관점에서 보면 좀 무례하다싶을 정도로 질문 요지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직설적이고 명쾌하게 질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이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기자를 그 자리에서 직격해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들은 거북스런 질문에도 직답을 해주며 유쾌한 조크로 넘기곤 했다.
기자들은 "훌륭한 답변을 들으려면 제대로 된 질문을 하라"는 교훈을 대통령 앞에서는 잊어먹었나 보다. 아니면 대통령 심기를 건드릴 질문을 할 용기가 없거나... 그럴 용기가 없으면 왜 기자의 길로 들어갔을까? 용기 있는 미국 기자들로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
하긴 KBS의 박장범 기자는 대통령과의 특별대담을 대통령 입맛에 맞게 해주고는 KBS 사장 자리를 꿰어 차긴 하더라. 정치 군인, 정치 검찰, 정치 판사, 정치교 수가 많더만 정치 기자도 많은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 옆에 "어용" 도 같이 붙여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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