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가 찬 공기를 가르며 조깅을 한다
하얀 입김이 새로이의 미소띈 얼굴 주위로 흩어진다
성큼성큼 달리던 새로이가 육교중앙에 멈춰서서 남산타워를 바라본다
새로이의 얼굴에 설렘과 뿌듯함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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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계 박 부장님꺼네
예 중요한일 있을때마다 한번씩 찹니다
97 IMF 장가 위기 아니 나라 전체가 큰 위기였지
그 위기 속에서 장가를 살게 해준 메뉴 하나가 있었거든? 요거 고추장양념돼지불범벅
자서전에서 읽었습니다 장회장이 직접 만든 장가 대표 메뉴죠.
지금의 장가를 이끌어 준 메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의 장가는 이 양념장 때문에 있다고해도 틀린말이 아니지
얘, 마케팅에는 이게 스토리가 필요하거든?
일개 직원이 개발한 메뉴보다는 회사 대표가 개발한 메뉴라고 하는게 더 끌리는 스토리였지
예?
박 부장님이 만든 양념장 박 부장님이 개발한 안주야
그 공을 장회장에게 돌린 대가로 받은 게 그 시계고
새로이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본다
그 눈가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엉킨다
박 부장님은 박부장님만큼은 장가에서 그렇게 쫓겨나면 안됐어
새로이의 눈빛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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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통쾌하겠군?
새로이가 장회장을 돌아본다
그럴리가요 회장님이 거기 편히 앉아있지 않습니까
장회장이 일어나 뒷짐을 지고 새로이에게 다가온다
민정이를 구슬린 건 괜찮은 선택이었네만 장가가 그리 쉽게 무너질 성인가?
묻고싶네요 아들까지 팔아넘기면서 지켜야 할 성입니까 장가?
장가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수있지
하지만 말이야 꽤나 쓰린 것도 사실이야
죗값을 받은 것뿐입니다
네놈은 도를 넘었어
회장님 죗값은 아직 치르지 않으셨죠 다음은 당신 차례일겁니다
전에 말했었지? 내가 자네의 적이라고
그래 인정하지 이 장대희가 자네를 적으로 삼았어.
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저도
제 모든 것을 걸고 같은 약속을 합니다
장회장의 움푹 패인 눈동자에 적대감과 비웃음이 가득 담긴다
새로이는 신념이 가득담긴 결연한 눈빛으로 장회장의 눈빛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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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새로이의 모습 뒤로 붉은 저녁빛을 이은 겹겹의 산등성이들이 너울져있다
이제 걱정 마시고 푹 쉬세요
새로이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고개를 살작 돌린 후 소주를 한입에 털어넣는다
푹 꺾인 새로이의 고개가 좀처럼 들어지지 않는다
(술맛이 어떠냐)
새로이가 고개를 번쩍 들고 그날처럼 생생한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본다
(아들)
애써 버티던 새로이의 얼굴에 슬픔이 번지고 울음이 밀려 나온다
아직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