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와 성열이 나란히 걸었던 학교운동장에 굵은 비가 내린다
부자가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셨던 주점에 누군가 마시다 만 소주병과 빈잔 두개가 남아있다
두 사람이 함께 꾸민 포차 처마에서 노란 외등이 따뜻하게 빛난다
텅빈 포차 난간에 빗줄기가 처연하게 적시고있다
새로이를 태운 경찰 자동차가 어두운 빗속을 달린다
장회장은 굳은 얼굴로 창밖을 응시하고 새로이는 여전히 슬픔에 젖은채 생각에 잠겨있다
( 그렇게 아빠의 장례식은 끝이 났다 )
성열의 영정 사진 위로 환한 햇살이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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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가 맞은편 자리에 술잔을 놓고 두손으로 술을 따른다
새로이는 자기잔도 채우더니 음미하듯 소주를 천천히 털어넣는다
새로이의 눈앞에 성열이 앉아있다
성열은 처음으로 술을 함께 마셨던 그날처럼 새로이를 자상하게 바라본다
술맛이 어떠냐
새로이가 그리움 가득한 얼굴로 아빠의 환영을 바라본다
씁니다
성열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탁자위엔 빈 소주병이 늘어간다
새로이가 자서전 표지에 실린 장회장 표지 사진을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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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fycat.com/SpicyCriminalHoiho
새로이는 또래 청년들처럼 술을 마시고 아무렇게나 몸을 맡기며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자유를 즐긴다
처음 와본 이태원
처음 즐긴 할로윈데이를
첫사랑과 함께
https://gfycat.com/LeftSadAardwolf
수아는 눈부시게 웃고 새로이도 더없이 활기차게 웃는다
먼길을 떠나는 내겐 더할나위 없는
완벽한 하루
두사람의 얼굴에 내내 웃음이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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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을 향해 가던 새로이가 우뚝 멈춰선다
새로이는 뒤를 돌아보며 미련을 털듯 큰 한숨을 뱉어내고 단단한 눈빛으로 돌아서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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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가 단밤 간판과 새로이를 번갈아가며 보고있다
새로이의 얼굴에는 7년전과 똑같은 따듯한 미소가 번진다
그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