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이가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가로수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짧게 자른 밤톨머리와 쌍꺼풀이 없는 눈매 굳게 다문 입매에서 강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2
새로이가 예전 학교 교복차림으로 가볍게 달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다 문득 멈춰선다
수아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수아는 새로이를 보지 못하고 새로이는 정류장을 몇미터 앞에 둔 채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때 승용차 한대가 수아 앞에 멈춰서고 뒷 자석 창문이 내려간다
새로이는 수아가 탄 버스가 출발하고나서야 터덜터덜 정류장으로 걸어와 버스를 기다린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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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는 수아 옆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척 눈치를 살피다가 눈만 끔뻑거리며 정면을 쳐다본다
수아는 입술을 샐쭉거리며 잠시 신경을 쓰는듯 하다가 다시 교재로 눈을 돌린다
둘 사이에 어색함이 흐른다
4
(근원) 이 학교의 룰 장근원이 법이다
근원이 입술을 일기죽거리며 비열하게 웃는다
새로이가 그 웃음위에 주먹을 꽂고 근원은 바닥을 나뒹군다
5
성열은 붉어진 눈시울로 아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술을 들이켰다
새로이도 벌게진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다 술을 털어 넣는다
성열의 입술 사이에서 짙은 감회가 서린 한숨이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성열은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새로이는 자꾸만 고개를 숙인다
6 (이건 그냥 좋아서)
성열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가족사진을 향해 팔을 뻗는다
성열의 손은 사진에 닿지 못하고 애타는 눈가엔 핏물이 고인다
성열은 꺼져가는 눈동자에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이의 모습을 담는다
그 슬픈 눈에서 한줄기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