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쏟게 하는 ‘비극의 왕’과 코믹해서 눈물 쏟을 것 같은 ‘전설의 취사병’, 그 사이의 진폭은 과연 한 사람이 해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극과 극이다. 그러나 이 남자 박지훈은 그 진폭을 ‘변하지 않음’으로 돌파하는 배우다. 소년과 청년의 표상이 묘하게 오가는 그는 들뜨지도, 부담을 끌어안지도 않는다 했다. 대신 매번 대본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으며. 그가 못 가본 연기의 진폭을 넓히려 다시 눈빛을 갈아 끼운다. 일곱 살부터 카메라 앞에 선 그 성실의 시간이 오늘의 박지훈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만난 박지훈(27)은 첫 마디부터 숨을 골랐다. 어깨를 으쓱하지도 않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누적 관객 1689만명을 돌파해 국내 상영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오르고, 같은 시점에 공개된 티빙·tvN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최고 시청률 7%대를 기록하며 두 작품을 동시에 ‘대박’ 반열에 올린 직후였다. 한창 들떠 있어도 모자라지 않을 자리에서 그는 오히려 자세를 낮췄다. “변한 건 없어요. 그냥 늘 주어진 임무를 하는 것뿐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를 “마지못해 싸움에 끌려 들어가는 인물의 내면을 정밀하게 보여 주는 배우”로 소개했고, 영문 영화 매체들은 ‘왕과 사는 남자’(영문명 The King’s Warden)를 두고 “박지훈이 단종에게 부서질 듯한 위엄(fragile dignity)을 부여한다”고 평했다.
“취사병의 노고는 정말 알게 됐어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늦게 퇴근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저는 해병대에 대한 꿈을 이뤄보고 싶어요.” 인기의 정점에서 군대로 향하는 결정에 미련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제가 ‘이제 다 됐다’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더 두렵습니다.”
‘17세 소년미’로 강렬하게 각인됐던 그의 청랑한 얼굴은 어느 새 연기 고민으로 가득한 중견 배우의 노련미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흥행의 왕’이자 ‘시청률의 전설’이란 애칭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대본 대신 미역줄거리 같은 색상의 군복에, 군장을 장착할 그는 ‘연기파’의 길을 스스로 수색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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