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공연 보며 느낀 점에 이번 시즌 막공 무인, 굿바이 메세지, 저저번 시즌 인터뷰를 섞어봄
* 은 피셜을 참고해서 내가 정리한 은롤라일 뿐 절대 공식 해석이 아님!!! 다르게 느꼈다면 니 생각이 맞음
은롤라라는 클럽 가수가 있어
처음부터 이런 삶을 꿈꿨다기보다는, 롤라 입장에선 이런 클럽에서 공연하면 손가락질이나 배척을 당하지 않고도 마음껏 자기 취향을 발산할 수 있고, 그걸로 돈도 벌 수 있고,
클럽 입장에서도 이런 구경거리는 돈이 되니까 롤라가 하는 짓에 뭐라 할 필요가 없고
그런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들어갔던 셈이지
그치만 이 삶에 만족하느냐?
"이 클럽에는 날 보면서 자기들 인생은 정상이라 믿는 비정상들이 만땅이거든"
세상을 비웃는 동시에 스스로의 위치를 자조하는 은롤도 결국은 알고있단 말이야
이 클럽에서도 롤라는 온전히 받아들여져서 박수를 받는 게 아니라 그저 '난 저런 변태같은 놈이 아니라서 다행이야'에 불과한 오락거리일 뿐이란걸
그래도 뭐 엔젤 친구들도 있고 눈치 안 받고 예쁜 드레스도 입고 하이힐도 신고 이런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아빠가 있는 양로원에서 자꾸 섭외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고 적당히 뒷골목에서 하루하루 사는데
어느 날 찰리라는 애를 만났어 스쳐 가는 인연이겠거니 별 생각없이 공연 보러와~ 했더니 진짜 왔네?
웬걸 맨날 부러진 굽 땜에 우울했는데 자기가 신발공장 사장이라고 드랙퀸용 부츠를 만들어보고 싶대
뭐 그놈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내가 자기 동네 가는 걸 쪽팔려 했지만 괜찮아 내공 쩌는 기존쎄 은롤은 이미 그런 거에 흔들리지 않아 ^ㅇ^
쌔끈한 레드를 기대하고 갔더니 웬 벌거죽죽 버건디 육포를 부츠랍시고 자랑스럽게 내미네..?
그래서 참교육 한 번 시켜줬어
어릴 땐 나름 화가를 꿈꿨던 터라, 오랜만에 손도 좀 풀고, 엔젤들도 데려온 김에 촌동네 한판 잘 뒤집어주고,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려는데
찰리가 자꾸 따라붙네
안그래도 돈을 보고 ptsd 돋은 은롤라는 세상사에 닳고닳아서 이미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어 어차피 쟤도 저러다가 특이한 놈 게이 같은 놈 헛소리나 하지 않을까? 지금은 잠시 내 화려한 모습에 혹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이상한 놈이라고 욕하고 다닐 거야 나같은 걸 받아줄 회사가 어딨어
그래서 쌩까려고 했어
근데 애가 생각보다 진지해 이 길을 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막 으름장을 놔
뭔가 도믿맨한테 붙잡혀서 끊어낼 타이밍 놓친 기분도 들지만, 듣다 보니 호기심이 가
어릴 때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아빠가 시킨 복싱을 열심히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잊고 있던, 사회에 발을 디딘 순간부턴 그저 사람에 치이기 바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가 하고 싶은 것, 왠지 찰리가 그런 은롤의 잠재의식을 건드린 것 같아
첫 출근을 앞둔 은롤은 문득 아빠가 하던 말이 떠올랐어 별난 짓 말아라, 어울려 살아라
그래, 처음으로 보통 사람들의 사회에 껴보는 건데, 그냥 일반적인 남자 옷을 입고 한 번 더 참아보면 혹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신경쓰고 노력해본 롤라에게 돌아온 건 여전한 모욕이었어
평소같은 옷이었다면 '숙녀분들이 싫어하는 건*^^* 나 같은 남자도 안신어 이 셰끼야.' 하던 맵싹한 말빨로 단박에 조져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원하지 않는 옷에 갇힌 은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찰리는 달래준답시고 와서는 눈치 없는 소리나 늘어놓더니,
어릴 땐 뭐가 되고 싶었냐고 물어봐
챔피언 벨트에 한이 맺힌 아빠에게, 사이먼은 자동으로 내 한을 풀어줄 아이였어
당연히 드레스니 하이힐이니 씨알도 안 먹히는 것도 힘 빠지는데, 은사이먼에게 복싱은 더더욱 힘들었어 사이먼은 남에게 상처 주기를 정말 싫어하는데, 복싱은 상대방이 몇 초간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입혀야 이기는 경기잖아
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했어 아마추어급에선 꽤 잘나갈 정도로
은사이먼은 아빠를 너무 사랑하고, 그만큼 아빠에게서도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오랜 세월 아빠의 기준에 들어맞기 위해 숨을 꾹 참고 하고 싶은 건 억누르고 하기 싫은 걸 열심히 해왔던 삶은 너무나 힘들었어
그리고 이 힘듦이 느껴진다는 사실조차 괴로웠던 건, 아빠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해 괴롭던 자존감의 상처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
나도 아빠처럼 되고 싶은데, 아빠가 원하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난 아닌 것 같아 난 왜 이럴까?
노력하고 애써 참아보던 사이먼은 마침내 그냥 마음을 따라갔어
제일 중요한 경기 날 가장 좋아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립스틱을 바르고 하이힐을 신어봤어 어쩐지 세상이 좀 밝아 보이고, 왠지 공기조차 가벼웠어
어느새 자랑스러워진 스스로를 안고 사이먼은 경기장에 들어가 봤어 사람들은 다들 비웃고 아빠는 까무러쳤지
이 얘기를 하면서 은사이먼은 환히 웃지만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어 그동안 억눌려온 자아를 맞이하고 내가 된 해방의 순간, 하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와의 단절을 의미하게 되어버린 순간이니까
은사이먼의 낫마파는 환희이자 상처야 스스로 자랑스런 자신을 찾을 수록 나는 못난 아들이라는 아이러니 속에 갇혀버려
어쩌다보니 이런 깊은 이야기까지 가버리긴 했지만, 여전히 은롤라는 자신을 덮은 포장지를 함부로 벗기지 않아
얘기가 좀 어두워질 것 같다 싶으면 농담으로 눙쳐버리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도 입은 계속 웃었어 이런 천하의 못난 아들은 나밖에 없을 텐데, 하는 비참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어
어릴 때 뭐가 되고싶었냐는 물음에도 이것까지 답해주진 않았어 사실은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그 누구보다도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그런데 갑자기 찰리가 나도 못난 아들이래
솔직히 은롤이 보기에도 얘는 신발공장 조금 버거워 보이긴 했어ㅎ 진짜로 애가 뜻이 있어서 이걸 굴리는 건가 약간 긴가민가하기도 하고ㅎㅎ
그런데 찰리도 딱 그렇게 얘기해 나도 못난 아들이라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아니구나, 찰리가 은사이먼의 내 인생으로 온전히 걸어들어온 날이었어
공장에서 롤라의 삶은 새로운 나날의 연속이야
찰리는 롤라가 디자인한 첫 부츠를 보고 쎄이 예!!!를 시전하더니 공장 사람들 다 같이 아주 춤을 추고 파티를 했어ㅋㅋㅋ
썸 타는 여자애도 생겼고, 돈이랑 투닥거릴 때 내 편 들어주는 동료들도 생겼어
시비 거는 돈은 애초에 밉지도 않았어 더한 인간들도 많이 겪어온 은롤이라ㅋㅋㅋ 나쁜 애라기보단 그냥 무지한 애인게 보이니까 좀 귀엽고 약간은 가소롭기도 하고
복싱 도전은 받아줬지만, 정말로 굴욕감을 주고 싶진 않았어 솔직히 링 위에선 잠깐 승부욕 돋아서 프로 훈련 받던 짬바 나오긴 했지만ㅋㅋㅋ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얼른 정신 차리고 뻗어버리기 성공^ㅇ^
돈한테 감동 먹인 효과가 있었는지 그 패거리 애들도 어느 순간 옆에 와 줬어
오랜만에 또 양로원에서 전화가 왔어
새로운 나날들을 지나온 은롤은 이번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
그리고 은롤에겐 또 다른 욕심이 생겼는데, 엔젤들한테도 사람들과 당당히 어울리고, 조롱이 아닌 선망과 호의의 시선을 받는 세상을 열어주는 거야
그래서 화장실 한번 가주고*^^* 공장에 출근을 했더니 어우 찰리는 오늘따라 예민하고 공장은 돈 문제로 정신이 없지만 마침 덕분에 명분까지 생겼네?
찰리는 롤라의 제안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드랙퀸들이라며 깎아내리고, 니가 입은 옷 행동 다 이상하다며 아슬아슬한 소리를 하지만 그 때까지도 은롤은 힝 하고나선 여유롭게 웃어넘길 수 있었어 찰리를 정말 친구라 생각하고, 이정도는 상처도 아니라서
몰래 찰리 방에서 모델 에이전시에 취소 전화를 걸고 안마를 하는(ㅋㅋㅋ) 은롤의 귀에 들려오는 바깥 상황이 심상치않아
해고라는 말이 들리네? 망치나 두드릴 때가 아닌 것 같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좀있다 여자친구가 와서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소리를 해
하지만 은롤은 짐짓 못들은 척 넘기고 늘 그래왔듯 대가리 꽃밭톤을 장착하고 일부러 발랄하게 나와
문제는 찰리가 은롤 생각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져있다는 거야 사회 부적응자들이라며 찰리조차 세상과 롤라를 단절시키네
아니야, 그래도 찰리는 롤라를 세상에 어우러지게 해주고, 어릴적 꿈꿨던 화가를 디자이너라는 형태로 세상에 발현되게 해주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런 내 모습이라도 사람들과 어울릴 자리를 내 준 친구야
그런 찰리에게 은롤은 두 손 꼭 잡고 울먹여 크랩턴에 있는 양로원에 초대받았다고, 찰리라면 이 의미를 알겠지, 우린 다시 진심이 통할 수 있겠지
그런데 믿었던 찰리마저 세상 사람들이 하던거랑 똑같은 얘기를 막 해
화도 나고 눈물도 맺히지만, 남한테 상처는 못 주는 롤라라서 기껏해야 멍청한 새끼 한 마디 내뱉는 게 다야
보아하니 애가 제정신도 아닌 것 같고, 경험상 이런 얘기를 뱉은 사람하고는 더 엮여봤자 늘 롤라만 더 상처받고 끝이 나니까, 그래 너도 다른 놈들하고 똑같지 마음 정리하고 끝. 깔끔히 돌아서
닳고 닳은만큼 사람을 잘 알고, 여린 만큼 자신을 방어하는 법에 기민한 은롤라야
아빠를 마주하러 가는 길은 많이 떨렸어 하지만 행복했어 외면해왔지만 여전히 많이 사랑하는 아빠라서
그리고 조금은 기대고 싶기도 했을 것 같아
찰리의 공장을 뛰쳐나오면서 다시 수많은 상처가 헤집어지니 좀 지쳐서
막상 무대에 서니 드레스 입은 모습에 질색팔색이던 마지막으로 본 아빠 모습이 떠오르면서, 날 어떻게 볼까, 날 받아줄까 여전히 밀어낼까, 또 이런건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할까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을 거야
그대 이제 날 잊나요
내 얼굴 보기조차 싫겠죠
춤추는 내 모습도 행복한 목소리도 더 이상 의미없어
은롤라가 몇 번이고 아빠의 초대를 거절한 이유는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을 것 같아
'당신의 허물도 사랑해'
깊이 사랑하는 만큼 상처도 더 크게 가슴을 후벼파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릴 적 정말 하기 싫었던 복싱을 하면서 너무나 지칠 때 그래도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그렇게 사랑하고 선망하는 아빠가 손을 잡아줬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까 이겨낼거야 이 시련들도
서로에게 지독한 상처를 줬지만 우린 서로가 너무나 소중하잖아요 그러니까 담배는 못끊어도 나는 끊어내던 아빠가 몇 번이고 나를 불렀고 나는 결국 이 무대에 선거야
당신의 허물도 사랑할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테니 그대도 날 그렇게 사랑해줘요
반말과 존댓말을 왔다갔다 하며 부르는 노래는 언뜻 찰리를 향한 말인 것 같기도 해
넌 세상에 문을 닫고 지친 내 손을 잡고 세상으로 이끌어줬어 그 따뜻한 경험들은 마침내 날 아빠 앞에 서도록 이끌어줬어
지독한 상처를 줬지만 우린 분명 서로 소중한 친구였다고, 어쩌면 앞으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 순간도 이겨낼 거야 네 허물도 받아들일 테니 너도 이대로 날 놓지마
노래를 마치고 은롤의 눈에 비친 관객들의 눈빛은 어딘가 낯설고 약간은 불편해 보이기도 해
그래 이 촌동네 양로원 어르신들이 생각이 열리면 얼마나 열렸겠어 롤라는 아빠가 보고 싶었던 가수지 이 분들이 생각했던 가수일 리는 없잖아
그래서 늘 그랬듯 포장지를 감싸고 너스레를 떨어 봤어 저 아랫동네 이웃이었어요 이쁘게 봐주세요ㅎㅎ
여러분들 같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는 흔하지 않아요 아마 여러분도 나 같은 가수는 흔치 않았겠죠? 이쁘장하게 꾸며와서는 노래를 들으니 또 남자 목소리 같고 저게 뭐야 싶으셨겠죠
은롤은 왠지 모르게 작아지는 어깨를 이겨내고 간신히 입을 떼 '저 남자에요' '이름은 사이먼이구요'
듣고 있어요 아빠? 저는 저에요
은롤은 드디어 아빠의 초대에 응하기는 했지만 아직 돌아가기는 힘든 것 같아 막상 다가가보니 상처는 아직 본인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물지 않아서
그래도 한 걸음 뗀 게 어디야 가볍게 인사 한 마디 건네고 가려는데 아빠가 손을 잡아줘
그동안 은롤의 아픔들이 훅 솟아올라
모든 고난 고통 상처 슬픔 이런 건 내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굳이 여린 속내를 스스로 느끼고 싶지도 않았어 그래서 그냥 꽃밭처럼 살자 더 과장되게 웃고 팔랑대자 하며 갑옷을 입었는데
아빠가 잡은 손에는 어쩔 수 없었나봐
눈물이 훅 올라오는 가운데
다음에 내가 아빠를 또 만나러 올까?
어쩌면 그때까지 아빠가 계속 살아 있을까?
은롤은 또 한번 두 갈래 길 앞에서 미래에 떠올렸을 때 후회하지 않을 길을 선택해 '사랑해요 아빠'
차로 돌아와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렇게 열심히 놓지마 포기하지마 외친 덕인지 찰리한테 메시지가 한 열세 개는 와있어
찰리의 말이 솔직히 좀 아프긴 하지만 은롤은 누구보다도 밑바닥의 가장 큰 슬품까지 겪어 본 사람이야 그래서 그 정도 슬픔에는 무너지지 않아
아주 지랄지랄을 떠는만큼 멘탈도 다 나가있던 꼬마 사장이 아른거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밀라노에 꽂혀 찰리한테 영업 당한 은롤이 '밀라노'는 못참지^^! 싸운건 싸운거고 나랑 엔젤들 자아실현은 알아서 챙겨야지
고마워하는 찰리에게 은롤은 손을 내밀며 말했어
세상이 두려워 벽을 쳤던 날 믿어주고 밀어준 건 너뿐이었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고
아빠랑도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고
클럽에서 날 보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지만
어쨌든 먹고는 살아야 하는 내가 지금 택할 수 있는 삶은 그냥 그런 시선들 속에서나마 입고 싶은 옷 입고 사는 데 만족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뿐이고
그렇게 길을 잃은 내 삶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다시 일깨워주고 지켜준 건 너야
그러니까 이제 내가 더 큰 사랑 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