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시리즈 연말결산 올해의 여자배우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박보영에게 돌아갔다. 2023년 한해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27명의 영화기자·영화평론가·TV비평가의 선택은 예상대로 치열한 접점을 펼쳤다.
쟁쟁한 배우들로 북적이는 사이 기자와 평단이 박보영의 손을 든 것은 박보영을 배우로서 제대로 볼 기회가 이제야 왔기 때문이다. 그는 데뷔 이래로 사회적 결핍이나 계급의 잔여물에 반기를 드는 인물을 생동감 있게 펼쳤지만, 대중은 자꾸만 그를 작고 앙증맞은 이미지에 고정시켰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 정면으로 마주한 박보영은 “대중이 최초로 인지한 캐릭터 너머에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온 배우” (남선우)로서, “로맨틱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신경증적 면모를 지닌 역할에 뛰어들어 깊이를 보여준 궤적에서 배우의 영민함이 빛” (김소미)난다는 평가가 따랐다. 일상 곳곳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로 변주하는, 그래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사회적인 메시지를 그려온 박보영과 함께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았다.
- 여름엔 <콘크리트 유토피아>, 겨울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 시청자와 2023년을 함께했다. 올해를 자평해본다면.
= 출연 배우들과 가까워지는 게 극 중 관계성에도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편한 상태가 되어야만 자연스레 드러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동성끼리는 비교적 그게 더 빨리 이뤄지는 것 같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주조연 배우들과는 ‘찐친’처럼 지낸다. 평소 교류에 신경 쓰면서 최대한 친해지려는 게 나의 작은 비법이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명화는 황궁 아파트에 유일하게 남은 인간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명화를 두고 ‘답답하게 착하다’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뒤따랐다. 우리 사회에 명화 같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결국 선함과 다정함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명화 같은 사람은 우리 사회에 분명히 필요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존재하고, 개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바탕으로 따르는 인물이 달라지는 재미가 크다. 그래서 각기 다른 의견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나의 해석과 믿음이 분명한데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지 않을 때엔 나를 계속 돌아보게 된다.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 모든 게 배우로서 배워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 박보영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뽀블리’다. 하지만 배우 박보영은 오직 귀엽고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의 연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필모그래피를 통해 사회 계급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그것을 정통으로 맞서 싸우는 용기에 대해 말해왔다. 대중적으로 붙여진 별명과 실제 배우로서 쌓아온 필모그래피간의 간극을 어떻게 바라보나.
=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할지 나도 고민이 많았다. 얼마 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가진 기존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지 않은 색의 작품을 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감독님 말씀의 의미가 이해되면서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었다. 내가 가진 밝은 이미지를 밑바탕 삼아 그 위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입히면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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