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aily.so/draft.briefing/posts/ef7e0b8f
어제 올라온 칼럼. 꽤나 장문임
글 서두 일부 발췌
나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대립이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전대표의 갈등으로 전환되었다고 본다. 몇 개월 간 언론 보도, 배임 혐의 고소, 기자 회견, 법원 판결, 경찰 조사, 이사회 교체, 대표직 해임에 이르는 수 개월의 진행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속, 종교, 따돌림, 직장내성희롱, 반희수 채널 삭제와 부활, 버니즈 성명서 등 온갖 루머와 혐의, 변수가 등장하며 사태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25일까지 민희진 대표가 경영과 프로듀싱을 맡는 원상 복귀'다.
이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은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다만 나는 이 일련의 이슈를 기업 윤리와 조직 문화의 관점으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이 갈등에 대한 여러 입장들 중에 유독 '투자'와 '배임', '주가' 등 경제 논리가 우세한데, 그만큼 중요해지는'기업 윤리'에 대한 관점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 하이브의 윤리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더해서, 이 회견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의혹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의심이 곧 차별이자 편견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시대에 카메라 앞에서 본인들의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그게 누구든 자신의 커리어와 일상을 다 걸어야 가능한 일이다.
'저 어린애들이...'라는 의견에도 공감하지 못하겠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든 자아 정체성과 주체성을 가지고 본인의 의견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전제야 말로 현대 사회의 상식이다. 오히려 '어린애들...'이란 관점과 태도가 기형적으로 유아적인 케이팝의 행태를 강화한다는 생각한다. 뉴진스 멤버들의 입장 표명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린애들...'이란 태도로 보는 것은 그들의 바람과도 무관하다.
뉴진스 멤버들이 가만히 있어야 했다는 일부 논리는 엔터테인먼트, 음악, 콘텐츠, 미디어 업계 사람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이런 논리야말로 이 산업의 종사자들의 인간성을 제거하고 상품화 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사람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매력, 재능, 관계, 협업의 결과물이 곧 상품이 된다. 이 차이는 미묘하지만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 혹은 케이팝 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기대는 애초에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