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은 올 추석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사극 액션 블록버스터다. 조인성과 남주혁, 김설현과 정은채 등 젊은 배우들을 앞세운 이 작품은 한국 사극영화에서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고구려를 무대로 트렌디하고 활력 넘치는 ‘젊은 사극’을 지향한다. <안시성>을 이끄는 수장은 <내 깡패같은 애인>(2010)과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이다. 그의 첫 대작영화이자 꿈의 프로젝트였던 <안시성>은 두편의 사극영화(<물괴> <명당>), 두편의 현대물(<협상> <원더풀 고스트>)과 벌일 치열한 ‘공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출격을 앞둔 그를 만났다.
-추석영화 대전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안시성> 외에 사극이 두 작품이나 있고, 현대물까지 한국영화가 많아 긴장이 된다. 말하자면 박스가 큰 시장에 들어가는 거잖나. 경쟁도 치열할 거고. 영화로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게 나쁘지 않다.
-<안시성>은 올 추석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제작비가 220억원으로 가장 높다. 전작에 비하면 프로덕션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건데,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이 없진 않았다고 들었다.
=아마 그 우려는 제작자 분들이 했을 거다. (웃음) 대작 경험이 없고 두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에게 <안시성> 같은 블록버스터를 맡길 수 있겠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자 분들은 오히려 내가 저예산영화(<내 깡패같은 애인>)로 데뷔해서 대작 영화의 예산을 잘 지키며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더라.
-제작사의 제안을 받고 합류한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기존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기존의 시나리오는 제목이 <더 맨>으로, 양만춘과 연개소문, 당나라 황제 이세민, 이렇게 세 인물을 영웅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양만춘에 대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연개소문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고구려는 부족 연맹체였는데, 양만춘이라는 변방의 성주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무장중립국의 형태로 이세민의 대군에 이겼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내용에 주목해서 시나리오를 다시 쓰겠다는 조건으로 <안시성>에 합류했다.
-영화의 러닝타임 절반 이상을 전투 장면에 할애했다. 예전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영화에 대해 묻자 <아귀레 신의 분노>(1972) 같은 ‘몸의 영화’라고 답한 적이 있다. 어쩌면 <안시성> 이야말로 그런 ‘몸의 영화’가 아닌가.
=맞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일을 시작하기 전, 문학, 연극, 뮤지컬, TV드라마와 다른 영화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영화라는 건 단순히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물질성을 우리에게 현시하는 매체라는 거였다.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산맥을 오르고 뗏목을 타는 장면으로부터 오는 어떤 경외감이 있다. 나는 그 몸의 움직임에서 오는 경외감이야말로 영화성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은데, <안시성>이 그 첫 번째 작품이 될 것 같다.
-안시성 전투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시각적으로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사극 액션을 현대전의 느낌으로 보여주자’는 게 기본 컨셉이었다. 실제 전투 현장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많이 쓰이는 장비인 로봇암, 스포츠 중계에 많이 쓰이는 스카이워커 등의 최첨단 장비를 활용했다. 공성전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삼국시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서양의 공성전까지 범위를 넓혀 자료를 찾았고, 동서양의 다양한 공성 기법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충차(성벽을 들이받는 데 사용하던 수레)와 운제(성벽을 타기 위한 사다리), 공성탑과 투석기 등 다양한 공성 무기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양만춘은 자신의 고뇌와 내면적인 갈등을 한번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영웅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를 앞둔 영웅들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좀 다르다.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 양만춘은 가톨릭 사제 같은 느낌이었다. 고구려 신에 대한 신앙심이 깊고, 내적 불안감도 있는. 그런데 조인성씨를 만나보니 상당히 외향적이고 내가 쓴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더라. 배우의 외향적 성격을 살린 캐릭터를 만드는 편이 조인성씨에게도 더 잘 맞고 영화적으로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평균 연령대가 기존의 사극보다 낮다. 사물 역의 남주혁, 백하 역의 김설현 등 20, 30대 젊은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더라.
=‘젊은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이세민의 나이가 40대 초반이고 연개소문의 나이도 비슷할 거라 추정되더라. 양만춘은 지금으로 치면 육군 소령 정도의 계급일 텐데, 그렇다면 두 지도자보다 나이가 더 어렸을 거라 짐작했다. 실제로 적과 맞서서 전투를 진행하려면 체력적으로 혈기왕성해야 하지 않겠나. 안시성을 그런 사람들이 주축이 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안시성의 풍경은 타지에 머물던 안시성 출신의 청년, 사물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영화계에서 뉴페이스인 남주혁을 캐스팅한 이유는.
=사물은 연개소문에게 충성하며, 호전적인 태학 학도의 수장이다. 어쩌면 양만춘도 과거 이런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양만춘의 어린 자아와도 같은 인물을 만들고 그가 전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양만춘과 외적으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배우를 원했다. 사실 톱스타인 인성씨를 상대로 주혁이가 부담을 느낄 만도 했는데, 인성씨가 주혁이를 굉장히 편하게 대하고 배우로서의 온갖 비법을 전수하더라.
-극중 여성 캐릭터들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창에 맞고, 칼에 팔이 잘리는 등 남성 캐릭터들과 동등하게 격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남녀가 동등하게 싸우고 어울렸던 당시의 고구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안시성 같은 작은 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역할을 굳이 나누지 않고 함께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도 쉽게 굴하지 않는 것. 시나리오상에는 안시성 사람들이 전투를 마친 뒤 남녀할 것 없이 몸에서 흐르는 피를 씻어내는 목욕 신도 있었는데, 찍지 못해 아쉽다.
-당나라 군사로 출연하는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은 아쉽다.
=최대한 안시성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나라 황제라는 한명의 상징적인 인물과 20만 대군을 하나의 캐릭터처럼 표현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태풍이 안시성을 휩쓸고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첫 대작영화를 완성한 소감은.
=잘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완성하는 게 목적이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정해진 예산과 회차 안에 완성하는 것, 또 촬영을 마친 뒤 2천컷이 넘는 CG 작업을 일정 내에 마무리하는 것. 이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지금은 결국 그걸 해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자꾸만 시각적으로 스펙터클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에 끌린다. 앞으로 6·25 이야기도 하고 싶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도 만들고 싶다.
감독이 추천하는 <안시성>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사극 액션을 현대전의 느낌으로 보여주자’는 게 기본 컨셉이었다. 관객이 실제 전투 현장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http://naver.me/GqUB0FXW
-추석영화 대전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안시성> 외에 사극이 두 작품이나 있고, 현대물까지 한국영화가 많아 긴장이 된다. 말하자면 박스가 큰 시장에 들어가는 거잖나. 경쟁도 치열할 거고. 영화로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게 나쁘지 않다.
-<안시성>은 올 추석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제작비가 220억원으로 가장 높다. 전작에 비하면 프로덕션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건데,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이 없진 않았다고 들었다.
=아마 그 우려는 제작자 분들이 했을 거다. (웃음) 대작 경험이 없고 두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에게 <안시성> 같은 블록버스터를 맡길 수 있겠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자 분들은 오히려 내가 저예산영화(<내 깡패같은 애인>)로 데뷔해서 대작 영화의 예산을 잘 지키며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더라.
-제작사의 제안을 받고 합류한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기존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기존의 시나리오는 제목이 <더 맨>으로, 양만춘과 연개소문, 당나라 황제 이세민, 이렇게 세 인물을 영웅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양만춘에 대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연개소문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고구려는 부족 연맹체였는데, 양만춘이라는 변방의 성주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무장중립국의 형태로 이세민의 대군에 이겼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 내용에 주목해서 시나리오를 다시 쓰겠다는 조건으로 <안시성>에 합류했다.
-영화의 러닝타임 절반 이상을 전투 장면에 할애했다. 예전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영화에 대해 묻자 <아귀레 신의 분노>(1972) 같은 ‘몸의 영화’라고 답한 적이 있다. 어쩌면 <안시성> 이야말로 그런 ‘몸의 영화’가 아닌가.
=맞다.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일을 시작하기 전, 문학, 연극, 뮤지컬, TV드라마와 다른 영화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영화라는 건 단순히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물질성을 우리에게 현시하는 매체라는 거였다. <아귀레 신의 분노>를 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산맥을 오르고 뗏목을 타는 장면으로부터 오는 어떤 경외감이 있다. 나는 그 몸의 움직임에서 오는 경외감이야말로 영화성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은데, <안시성>이 그 첫 번째 작품이 될 것 같다.
-안시성 전투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시각적으로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나.
=‘사극 액션을 현대전의 느낌으로 보여주자’는 게 기본 컨셉이었다. 실제 전투 현장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많이 쓰이는 장비인 로봇암, 스포츠 중계에 많이 쓰이는 스카이워커 등의 최첨단 장비를 활용했다. 공성전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삼국시대,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서양의 공성전까지 범위를 넓혀 자료를 찾았고, 동서양의 다양한 공성 기법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충차(성벽을 들이받는 데 사용하던 수레)와 운제(성벽을 타기 위한 사다리), 공성탑과 투석기 등 다양한 공성 무기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양만춘은 자신의 고뇌와 내면적인 갈등을 한번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영웅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를 앞둔 영웅들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좀 다르다.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 양만춘은 가톨릭 사제 같은 느낌이었다. 고구려 신에 대한 신앙심이 깊고, 내적 불안감도 있는. 그런데 조인성씨를 만나보니 상당히 외향적이고 내가 쓴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더라. 배우의 외향적 성격을 살린 캐릭터를 만드는 편이 조인성씨에게도 더 잘 맞고 영화적으로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평균 연령대가 기존의 사극보다 낮다. 사물 역의 남주혁, 백하 역의 김설현 등 20, 30대 젊은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더라.
=‘젊은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이세민의 나이가 40대 초반이고 연개소문의 나이도 비슷할 거라 추정되더라. 양만춘은 지금으로 치면 육군 소령 정도의 계급일 텐데, 그렇다면 두 지도자보다 나이가 더 어렸을 거라 짐작했다. 실제로 적과 맞서서 전투를 진행하려면 체력적으로 혈기왕성해야 하지 않겠나. 안시성을 그런 사람들이 주축이 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안시성의 풍경은 타지에 머물던 안시성 출신의 청년, 사물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영화계에서 뉴페이스인 남주혁을 캐스팅한 이유는.
=사물은 연개소문에게 충성하며, 호전적인 태학 학도의 수장이다. 어쩌면 양만춘도 과거 이런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양만춘의 어린 자아와도 같은 인물을 만들고 그가 전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양만춘과 외적으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배우를 원했다. 사실 톱스타인 인성씨를 상대로 주혁이가 부담을 느낄 만도 했는데, 인성씨가 주혁이를 굉장히 편하게 대하고 배우로서의 온갖 비법을 전수하더라.
-극중 여성 캐릭터들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창에 맞고, 칼에 팔이 잘리는 등 남성 캐릭터들과 동등하게 격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남녀가 동등하게 싸우고 어울렸던 당시의 고구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안시성 같은 작은 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역할을 굳이 나누지 않고 함께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도 쉽게 굴하지 않는 것. 시나리오상에는 안시성 사람들이 전투를 마친 뒤 남녀할 것 없이 몸에서 흐르는 피를 씻어내는 목욕 신도 있었는데, 찍지 못해 아쉽다.
-당나라 군사로 출연하는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은 아쉽다.
=최대한 안시성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나라 황제라는 한명의 상징적인 인물과 20만 대군을 하나의 캐릭터처럼 표현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태풍이 안시성을 휩쓸고 지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첫 대작영화를 완성한 소감은.
=잘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완성하는 게 목적이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정해진 예산과 회차 안에 완성하는 것, 또 촬영을 마친 뒤 2천컷이 넘는 CG 작업을 일정 내에 마무리하는 것. 이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지금은 결국 그걸 해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도 자꾸만 시각적으로 스펙터클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에 끌린다. 앞으로 6·25 이야기도 하고 싶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도 만들고 싶다.
감독이 추천하는 <안시성>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사극 액션을 현대전의 느낌으로 보여주자’는 게 기본 컨셉이었다. 관객이 실제 전투 현장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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