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잘 안 생겨서
유명한 히트곡 몇 곡만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일주일 정도 오아시스 초기
1, 2집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음
생각보다 1, 2집의 노래는 더 유명해서
'이 노래가 여기 있었어?' 하는 곡들도 있더라고.
'오아시스 : 돈 룩 백 인 앵거'는
온전한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는 아니고
콘서트 영화에 준비 과정과 공연을 둘러싼
비하인드, 팬들의 이야기와 연출자의 해석을 섞은
형태의 작품임
중기 이후의 히트곡은 Little by little 정도만 나오고
한국이 상당히 큰 비중으로 다뤄짐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것 중 하나는
오아시스가 15년 동안 멈춰 있었는데도
Z세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어서 그 사이에
청춘의 아이콘으로
영원한 생명력을 확보해버린 모습인데
'내가 쓰러져 있을 때 일어나라고 하는 노래는 많았다
하지만 오아시스의 음악은
쓰러져 있는 내 옆에서 함께 엎어져 있고,
같이 일어나 주었다'
라고 말하는 우리나라 여성 팬의 인터뷰는
오아시스가 시대와 함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왜 불멸성을 가진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매우 인상적인 증거이기도 함
노래들은 물론 좋고, 굉장히 강한 순간이 있고
대형 투어의 강렬하고 화려한 모습을 담은
멋진 장면들이 많음
Champagne Supernova와 Live Forever를
부르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
반면에 '오아시스가 형제 둘이 사이가 안 좋아서
오랫동안 합치지 못했고 성격나쁜 둘이
너무 안 맞았다' 라고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내게는 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많았는데
둘 중 한 사람이 공연 준비와 편곡, 밴드 리허설 및
현장 진행 등 대부분을 감당하고
다른 한 사람은 리허설에만 간헐적으로 참석하고
심지어 그 연습 조차도 매번 나오지 않고
공연 전날 리허설에도 불참하고
밴드와 스태프, 관객들이 모두 모여서 거대한
공연을 완성해놓고 출석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초대형 콘서트 직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노래를 하는 모습은
'둘이 사이가 나빠서 그렇다'라고 납득하기엔
지나치게 일방적인 구도처럼 보였음
나는 오아시스에게 아무런 감정적 부채가 없고
평소에 크게 좋아하던 노래 한 곡 없어서
저 사람 원래 저렇다
그래도 나타나서 잘 불렀잖아
예술가는 변덕이 심하잖아
내가 힘들때 같이 일어설 용기를 준 사람이야
같은 이해와 관용을 베풀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철이 과연 들었는지 끝까지 확인 안되는
늙은 남자 한명이
거액을 받고서도 약속을 지킬지 알수가 없어서
다같이 전전긍긍하고, 그 출현을 보면서
'마침내 그가 나타났어! 노래를 불렀어!' 하고
환호하고 감격하는 그 광경을
받아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