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영화관에서 보는 걸 추천해
이 영화의 오락적 공포는 사운드와 예측 불가능한 불안함에서 오기 때문임
이제 후기 ㄱㄱ
(1) 남주가 빈 소원
내 기억이 맞다면 영화관 자막에서는 남주의 소원이 단순히 ‘니키가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어’ 정도로 번역됐던 것 같음
근데 그때 실제로 들리는 영어는 그것보다 훨씬 강한 뉘앙스였음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사랑하게 해달라는 느낌에 가까웠음 그게 그거긴한데..
그래서 이후 짭니키의 행동도 단순히 남주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남주가 세상의 그 무엇보다(본인도 포함해서) 우선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으로 이해하면 꽤 자연스러움
(2) 이언
나는 이언이 확실히 베어와 니키 사이를 훼방 놓고 싶어한게 맞다고 봄
초반에 베어에게 해주는 연애 조언이 묘하게 전부 빗나가 있음
니키한테 ‘프리키 니키’라고 해봐
→ 니키가 왕따당할 때 불리던 별명이라 싫어함
시간 많으니까 고백은 천천히 해
→ 정작 니키는 2주 뒤에 그만둘 예정이었음
네 고백 너무 오글거려 니키가 안 좋아할 거야
→ 물론 실제로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니키의 성향을 생각하면 오히려 좋아했을 가능성도 있음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갔던 것도 이언의 행동이었음
처음에는 그냥 10억 달러가 생겼다고 자랑하려고 찾아온 건가 싶었음 물론 정말 그게 목적이었을 수도 있긴해
근데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이언이 본 건 니키와 베어가 피투성이가 된 채 서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광경임
보통 사람이면 그걸 보는 순간 도망가거나, 최소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빠져줄 것 같음
게다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총을 맞은 것도 아님 도망갈 시간도 있었는데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계속 베어를 향해 나 10억 달러 생겼다고 소리친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이언이 사실상 그 사실을 니키에게도 알려주려고 찾아온 것에 가깝다고 봤음
나 이제 부자야’라는 정보를 니키에게 일부러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싶음
(3) 니키의 인간관계
생각할수록 니키가 너무 불쌍함
이언은 짭니키와 베어의 관계를 보고 베어가 니키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세라는 같은 관계를 보고 반대로 니키가 베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함
둘 다 결국 자기 희망사항에 맞춰 상황을 해석하고 있음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해석은 정반대면서도 지금 니키가 취약하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 자체는 둘 다 알고 있다는 것임
그럼에도 둘 중 누구도 니키를 제대로 도와주려고 하지는 않음
심지어 니키가 베어에게 완전히 미쳐 있는 수준이라는 걸 알면서도 세라는 본인에게 환승하도록 유도하기까지 함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사람은 결국 주인공 베어임
베어에게 중요한 건 진짜 니키의 안위보다 ‘니키와 내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 자체임
찐니키의 심정, 지금의 니키가 정말 니키인지,
니키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됐는지보다 자신이 원하던 연애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더 중요하게 여김
그래서 베어는 어수룩하고 소심한 사람이 반드시 착한 사람인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 같았음
그리고 보통 이런 소재의 클리셰는 ‘집착하는 여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남자’인데, 이 영화는 그걸 꽤 잘 비틀었다고 생각함
오히려 영화 제목인 Obsession은 니키보다 베어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림
(4) 니키의 소설 - 헨젤과 그레텔
니키가 쓴 소설 '헨젤과 그레텔'은 찐니키가 베어를 조롱한 소설이라고 생각함 근친 상간으로 묘사되어 있잖아
그리고 니키는 자기가 단순히 남동생처럼 생각했던 베어와 사귀고 있는 상태임
그래서 굳이 그 시점에 남매 관계를 성적인 관계로 비튼 헨젤과 그레텔을 등장시킨 건 베어와 짭니키의 관계를 빗댄 묘사처럼 느껴졌음
(5) 짭니키
베어가 집을 떠나자마자 짭니키가 그냥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실금하는 장면이 있음
처음 보면 그냥 기괴한 장면인데 짭니키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면 오히려 이해가 돼
원 위시 윌로우가 만들어낸 짭니키는 말 그대로 베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니키라는 소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격임
그러니까 짭니키에게는 베어와 무관한 독립적인 욕망이나 삶이 거의 없는 게 아닐까 싶음
베어가 없으면 자유의지나 자발적인 행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임
그날 짭니키에게 주어진 일이 사실상 출근한 베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으니까 정말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음
(6) 고양이
짭니키는 베어가 좋아한다고 추정되는 것들을 계속 따라 하는 것 같은데 그중 하나가 고양이라고 생각함
구석에 가만히 서서 베어를 쳐다보거나, 갑자기 이상하게 돌진하거나,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행동들이 전반적으로 고양이를 흉내 내는 것처럼 보임
샌드위치는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단순히 베어가 좋아하는거니까 먹고 싶어하겠지? 라고 생각했을 수도
근데 애초에 베어는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는데 샌드위치에 들어갈 때까지 그동안 시체 처리도 안 하고 대체 뭐 한 거임?
최후반부에 짭니키가 세라의 옷을 입고 세라의 문신까지 한 채 베어를 기다리고 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함
짭니키에게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베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인 거임
그래서 베어가 좋아한다고 판단한 대상의 특징을 계속 자기 자신에게 덧씌움
(7) 찐니키의 고백 유도 장면
일부러 아리까리하게 찍은 것 같긴한데 난 찐니키가 베어한테 이성적 호감은 없는게 맞다고 봄
찐니키가 진지하게 사랑과 연애는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거기서 베어가 그거나 그거나 라는 식으로 얘기하거든
이건 일단 정떨 포인트인게 맞고
너 앞에 있으면 편하다는 대사도 진짜로 편하다는 의미인 것 같음
고백하려면 빨리 하라고 말한 것도 질질 끌지 말고 고백해 (거절하게) 라는 뜻인 듯?
(8) 이 영화의 진짜 공포
예고편만 보면 이 영화는 그냥 나에게 집착하는 맨헤라얀데레초미녀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음
나라도 영화 홍보 그렇게 할 것 같음
실제로 영화에서 공포 장면도 짭니키가 보여주는 기행에서 나오니까 관객 역시 짭니키를 무서워할 수 밖에 없음
근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에서 진짜 공포스러운 일을 겪는건 찐니키임
원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자유의지를 빼앗긴다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나’가 행동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죄값을 치뤄야한다는 것 (베어 너무 호상임)
나는 이게 이 영화가 주는 진짜 공포라고 생각함
둘이 관계하는 장면에서 짭니키가 너무 좋아! 연기하는 대목에서 그 소리가 마지막에 비명처럼 바뀌거든
난 그게 찐 니키의 비명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그건 여자들의 원초적 공포인 원하지 않는 관계에 대한 공포와도 맞닿아 있기도 함
그리고 난 이게 과한 해석은 아니라고 생각해
표면적으로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공포지만
결국 타인의 욕망 때문에 내 자유의지를 완전히 빼앗기는 것에 대한 공포로 직결되어 있음
나한테 이렇게 집착해주는 여친 있으면 좋겠다 ㅋㅋㅋ 로 퉁쳐질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함 물론 오락성 높은 영화도 맞음
간만에 볼만한 공포영화 나와서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