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겉으로만 알면 트로이의 백성들을 속이고 침략을 했구나 정도인데, 사실은 신과 사람 둘 다의 신뢰를 모두 깨버린 거거든. 생각보다 훨씬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거야.
트로이를 침략하기 위해 만든 목마를 아테나에게 바칠 제물이라 말한 것 부터가 신을 감히 배반하려 든 짓이고, 그걸 화해의 선물로 포장한 것이 사람간의 약속을 깬 거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간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얼마나 추접하고 이기적이며 더러운지. 그래서 그 승리가, 귀향이 정말 영광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나? 아니잖아.
여자들이 현명하게 나오고 남자들이 하남자처럼 나오는 것도 좋았어. 신들이 아테나나 칼립소, 키르케 같은 몇몇 여신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연현상의 모습으로 간접적이게 드러내는것도 좋았고.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났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남성이 승리와 귀향을 위해 한 행위 중에서 죄없는 여성들은 어떤 짓들을 당했는가? 그걸 작중에서 계속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함으로써 위선 혹은 모순을 드러내지.
영화 결말부에서 작중 내내 오디세우스 곁에 나타나는 아테나의 모습이 사실은 트로이 전쟁때 아테나 신전에서 무고하게 죽은 사제 소녀의 얼굴을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게임 끝. 그 전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 날 하필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 평범한 소녀.
오디세우스가 아무리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아무리 영웅으로 기억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게 참 잔인해. 그가 집에 돌아오기 위해 지나온 모든 것들이 끝까지 그와 함께 돌아오는 것.
귀향이 곧 속죄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귀향한 뒤에도 살아남아서 기억해야 한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