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BIFAN/GV] 판타지보다 솔직함을 선택한 멜로, 13년 만에 다시 만나다 ─ 〈연애의 온도〉
39 0
2026.07.24 21:26
39 0

QiaVAI



〈연애의 온도〉

GV 일시: 7월 5일(일) 11:00~12:52

장소: CGV소풍 6관

게스트: 노덕(감독)



FQShLF



🗨️ 이 작품이 개봉한 지 13년이 됐는데요, 이렇게 큰 스크린으로 관객분들과 다시 만나서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하셨어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노덕 제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판타지가 제거된 멜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염려가 정말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지쳐 있었고, 개봉 후 1~2년 정도 영화제 관객들을 만난 뒤로는 오랫동안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지냈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현장 생각도 많이 나서요. 그런데 아까 들어와서 후반부 음악을 잠깐 들으니까, 옛날 생각이 어제처럼 다시 나면서 반가우면서도 고통스럽네요.



🙋 마지막 결말을 열린 결말처럼 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노덕 개봉 당시엔 홍보나 마케팅 때문에 솔직히 대답하기 어려웠는데, 13년이 지난 지금이니 조금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의 엔딩은 제가 원했던 결론이 아니에요. 저는 처음부터 이 영화가 완벽하게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걸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구상했던 엔딩은, 헤어지고 각자 새 연인을 만난 두 사람이 오랜만에 둘만의 단골 식당에 각자의 연인을 데려갔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었어요. 서로 아는 척 안 하고 눈빛만 오가며 '너도 잘살고 있구나' 생각하는 결론이었죠. 이걸 오랫동안 고수했는데 제작사의 반대가 정말 강했어요. 당시엔 현실적인 로맨스라는 톤 자체가 낯설었는데, 엔딩까지 이별로 끝나는 건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이별을 성장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게 비극으로 해석되니 타협이 안 됐죠. 심지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을 엔딩 크레딧 옆에 NG 장면처럼 작게 띄우자는 의견까지 있었어요. 거기까진 제가 막았지만, 결국 굴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가 감독들의 수난기였기 때문이에요. 여기저기서 감독들이 하차하던 상황에서, 저는 너무 나약한 신인 감독이었기에 타협하지 않으면 이 작품 자체를 못 만들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있었어요.



🙋 동희가 회사에서 그렇게 사고를 치는데도 마지막에 승진하는 것 같은데, 어떤 능력이 있어서 승진한 건지 궁금합니다.

노덕 이것도 비하인드가 있는데,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완전히 잘리는 결말이었어요. 잘리고 알바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는 걸로요. 그렇게 몇 년을 썼는데, 제작 단계에 들어가서 실제 은행 직원분들 취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사고를 쳐도 준 공무원에 가까운 은행원은 쉽게 자를 수 없고 징계 정도로 끝난다, 그건 사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선택 같아요. 현실적 고증보다 영화적 사실을 따야 했는데, 고증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너무 많아서 조금씩 고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승진이라는 설정은, 긴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 다 다시 안정을 찾았다는 의미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sUMujh



🗨️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하는 GV의 재미가 바로 이런 것 같습니다. 개봉 당시엔 제작비 회수와 좋은 반응,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 하다 보니 민감한 표현이나 제작 과정의 논쟁이 기사로 나가는 걸 저어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여성 감독님들은 "페미니즘 관련 이야기는 기사에서 빼달라" 같은 압박도 많이 받으시고요. 그래서 지금 해주신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 중간중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연출하신 게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특별한 요소였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단계부터 생각하신 건지, 연출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들어온 건지 궁금합니다.

노덕 제가 감독 지망생으로 산 기간이 꽤 긴데, 그동안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를 계속 썼어요. 제 인생 안에서만 나누는 버전 1과 버전 2가 있는데, 버전 1은 은행원이 아니라 졸업 후 직장인이 된 여자 주인공과 복학생 남자 주인공이 4년간 CC로 지내다 사회적 환경이 달라지며 어긋나는, 완전히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였어요. 실제로 캐스팅도 되고 리딩도 하고 프리프로덕션까지 갔는데 마지막 순간에 투자가 무산됐어요. 그 이후 은행원 설정의 버전 2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왜 학생에서 은행원으로 바꿨냐, 더 넓은 관객층을 데려와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어요. 학생 영화가 아니라 성인 영화 같은 느낌, 그리고 좀 더 장르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죠. 버전 1은 훨씬 절제된 영화였는데, 기본 콘셉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감정선이 판타지나 생 코미디로 흐르지 않는 선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인터뷰 형식을 가져오게 됐어요. 사실 그때 시트콤 〈오피스〉를 정말 좋아해서, "너무 따라 하는 거 아니냐"는 내적 갈등도 있었지만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나리오에 다 썼어요. 그런데 막상 찍어보니 제가 활자로 쓴 인터뷰만으로는 영화에 담기 턱없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5분만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급히 대사를 써드리고, 외우거나 옆에서 보여주거나 애드리브를 요청하면서 많이 채워 완성했습니다.



🙋 다시 만나자고 설득하는 동희의 대사 중 "3%가 그렇게 낮은 확률이 아니다"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영화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냉소적인 유머 감각이 느껴졌는데, 둘 다 은행원인데 왜 금리가 아니라 로또 1등 확률에 빗대셨는지 궁금합니다. 그게 오히려 부드럽고 낭만적으로 느껴졌거든요.

노덕 지금 생각해 보니 금리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데, 이 순간까지 전혀 생각을 못 해봤어요(웃음). 사실 이 대사를 쓸 때 좀 막혀 있었어요. 이 지점에서 둘의 마음은 이미 서로 알고 있잖아요, 다시 사귈 수 있다는 것도요. 그런데 그 킥을 누가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고민이었어요. 저는 오글거리는 걸 정말 싫어하고 건조한 사람인데, 그래도 마음을 움직이는 한마디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실패한 관계를 다시 해보자는 용기를 위해서는 낭만적인 무언가가 필요했거든요. 저는 되게 비관적인 사람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가장 낙관적인 대사가 들어왔으면 했어요. 수치로만 보면 말도 안 되지만, 로또 당첨 확률에 비하면 훨씬 큰 숫자라는 게 제가 갈 수 있는 최대치의 낙관이었던 것 같아요. 동화적으로 느끼셨을 수도 있지만, 이성적으로 저를 붙잡고 노력해서 쓴 대사였습니다.



🙋 촬영하실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노덕 정말 많아요, 치열하게 찍었거든요. 프리프로덕션을 충분히 못 하고 급하게 들어가서 현장에서 많은 걸 만들어내며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상태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저는 지금도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는 잘 못 보는데, 짤은 종종 봐요(웃음). 제가 제일 애정하는 짤 중 하나가 마지막에 두 사람이 놀이공원에서 헤어지고, 악수하고 헤어져 걸어 나오면서 영이가 롤러코스터를 마지막으로 보고 뒤돌아서는 그 표정 장면이에요. 저는 배우들에게 늘 잘해줬다고, 좋은 걸 좋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이건 정말 너무 좋았다"고 하니까 김민희 씨가 제가 처음으로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너무 좋아", "OK"를 말했다고, 그럼 지금까지는 다 가짜였고 이번 게 진짜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순도 100% 마음에 드는 샷이었죠. 다만 지금 생각나는 순간들이 대부분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애써 지우려고 잘 꺼내지 않고 있어요.



ReLEdB



🙋 헤어진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사람(여대생, 민 차장)을 만나잖아요. 서로에게 딱히 좋은 기억만 남기는 사이는 아니어서 다른 사람을 만났던 것 같은데, 만약 원래 생각하셨던 엔딩에서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쪽으로 조금 더 이어졌다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노덕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남자 주인공 이름을 이동희, 여자 주인공을 장영으로 지으면서 '얘네는 아직 애들이다'라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이 영화에서 각자의 진짜 목적은 성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본인이 성장하지 못하면 다른 누구를 만나도 결국 똑같은 연애를 반복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크게 의미 있는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 같아요. 결국 본인이 원래 해결하지 못했던 지점으로 돌아가서 그걸 해결해야만, 진짜 성장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관객들이 어떤 작품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요?

노덕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연애의 온도〉 이후 활동을 돌이켜보면 SF도 했다가 OTT도 했다가 연극 연출도 하고, 정말 중구난방이었더라고요. 요즘 조금 결심한 게 있다면, 힘들더라도 저 스스로에게 더 솔직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를 하자는 거예요. 그동안 여러 장르와 매체를 경험했던 건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멜로도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거든요(웃음). 10년 정도 여러 장르와 매체를 경험하고 나니 이제 조금씩 선명해지는 게 있어서, 장르적으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재미로 따지면 〈연애의 온도〉와 비슷한 결의 감성을 좀 더 명확하게 구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 마지막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덕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유통기한이 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애의 온도〉가 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통기한이 조금 더 길다는 걸 오늘 여기서 확인한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감사합니다.



https://m.blog.naver.com/bifanofficial/224341731736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사포렐X더쿠] 씻고 나서도 촉촉한 촉촉보습 여성청결제 체험 이벤트 100 07.23 29,683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146,34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404,35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812,58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748,355
공지 알림/결과 CGV IMAX 스크린크기 와 등급표 (24.12.17 갱신) 23 24.12.17 76,278
공지 알림/결과 🥕 스쿠 , 서쿠 , 싸다구 , 빵원티켓(➕️) , 0️⃣원딜 의 안내와 도전법 🥕 에누리(프로모션) 상세일정은 알림/결과 카테 참고 🥕 2026.06.21 갱신 68 22.12.16 218,006
공지 알림/결과 🏆🔥 더쿠 영화방 덬들의 선택! (각종 어워드 모음) 🔥🏆 6 22.08.22 146,142
공지 알림/결과 🎬알아두면 좋은 영화 시사회 응모 사이트 정보🎬 51 22.08.15 210,206
공지 알림/결과 📷 포토카드를 만들어보자٩(ˊᗜˋ*)و 포토카드에 관한 A to Z 📷 29 21.10.25 186,824
공지 알림/결과 📣📣 영화의 굿즈는 어떻게 받을까🤔? 자주하는 굿즈 질문 모음 📣📣 30 21.10.19 221,242
공지 알림/결과 영화방 오픈 안내 11 18.08.20 164,655
모든 공지 확인하기()
444651 잡담 호프) 첫눈하고 이거저거 찾아보는데 이 영화는 호불호 갈릴만한데 보고 판단해야 하는 영화 인것도 맞음 22:34 0
444650 잡담 호프) 아 나 이영화 이상해(p) 22:34 6
444649 잡담 호프) 용포프 걸어줄때 타야하는데... 1 22:33 14
444648 잡담 호프) 협조해주신 해남 주민분들 너무 귀여우시고 감사하다 (나영석와글) 22:33 8
444647 잡담 호프) 용산 고덕강일처럼 특수한 곳 말고 그냥 일반(?)관에서 포디 본 사람 있을까 22:32 9
444646 잡담 호프) 영화는 진짜 내가 보고 판단해야 되는게 맞는거같다 1 22:32 21
444645 잡담 호프) 명대사 월드컵 영화 대사 다 받아적은수준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32 11
444644 잡담 용포프 힘 안주고 타던 시기 그리워 2 22:32 17
444643 잡담 로또라도 되면 좋겠다 22:29 30
444642 잡담 호프) 나 내일 여러곳 이동하는데 단군 호프영상 보고싶어서 1 22:28 50
444641 잡담 용포디 말야 7 22:28 40
444640 잡담 호프) 근데 원래 용포프 타면 웃음 나와? 5 22:27 75
444639 잡담 호프) 광음어때? 3 22:26 30
444638 잡담 호프) 이영도 작가 새 시리즈 본 덬 있어? 22:26 40
444637 잡담 단군 지느러미도 봤네 내일 호프4차망상회때 지느러미후기도하네 ㅋㅋㅋ 2 22:26 50
444636 잡담 모아나) 마우이 실사화 애니보다 좀 나이많게 뽑힌거같긴한데 너무 어울리긴 함ㅋㅋㅋㅋㅋ 22:25 14
444635 잡담 호프) 왹저들 너무 튼튼해서 총알은 걍 따가운 정도같고 22:25 25
444634 잡담 호프) 처음 볼 땐 몰랐는데 외계인들 1 22:23 55
444633 잡담 헐 스쿠는 막날에 좀 남아? 6 22:20 100
444632 잡담 모아나) 실사화 넘 재밌당 잘뽑힌듯 1 22:2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