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 _ 조금 더 포기했다면 거의 완벽했을
〈호프〉만큼 훌륭한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호프〉만큼 실망스러운 작품을 만나기도 어렵다. 〈호프〉는 명확한 비주얼 콘셉트를 최상급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의 뒤를 쫓으며 관객을 현장으로 밀어 넣는다. 이 부분의 테크닉은 웬만한 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극한의 몰입도를 안겨준다. CG야 분량이나 한국영화의 자본적 한계를 따지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럴싸하다. 비주얼에 있어선 흠집 잡기도 쉽지 않다. 마을 전체를 헤집는 수색 시퀀스와 한국판 웨스턴물에 가까운 승마 질주 시퀀스는 누가 뭐래도 〈호프〉가 거둔 ‘한국영화사에 남을 성취’이다.
문제는 영화에서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호프〉는 약 160분에 거쳐 마을에 찾아온 초현실적 재난을 그린다. 거기까진 좋다. 그런데 여기에 사족을 붙인다. 외계인들이 갑자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과잉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외계인들에 대한 각자의 감상과 상상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는 초월적인 공포,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코즈믹 호러와 (논)휴먼 드라마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호프’(희망)이란 제목을 어떻게든 담아내기 위해 영화는 외계인들의 어떤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했고, 그로 인해 〈호프〉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외계인’의 얘기로 도치되면서 우리가 보아온 호포항 주민들의 고군분투가 모두 휘발되고 만다. 물론 처음엔 속편을 염두에 두었으니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속편이 곧바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면, 해당 이야기는 〈호프〉의 핵심(인간들의 생존 사투)을 도리어 죽이는 사족일 뿐이다. 물론, 최초의 의도(“모든 비극은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와 흔쾌히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의 분량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영화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내놓고자 한다면, 그에 맞춰 불필요한 부분을 버리는 것도 미덕이다. 〈호프〉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비전을 위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한 영화는 막판에 와서 산만해지고 와해되고 만다. 그것이 〈호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https://www.cineplay.co.kr/ko-kr/articles/28742
좋은데 좋아서 더 아쉽고.. 내 감상 글로 쓰기 어려웠는데 딱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