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부에 나왔던 "이제 이 이야기에서는 에우자가 가장 중요해."
이 대사가 주제를 함축하는 말 같아 단 몇 분 남짓 나왔던 한 인물이 전체를 관통함
우리는 처음부터 아르만두의 여정을 따라가니까 후반부가 좀 갑작스러울 수 있음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다니는 한 인물에 집중하면 너무나도 허무한 마무리니까
비슷한 소재 인물 중심의 영화를 여태껏 많이 봐왔으나 이 영화는 그 전형성과는 거리가 먼 느낌
한편으로는 아르만두도 부패한 공권력에 의해 이유도 알려지지 않고 버려지고 지워지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고
당시 신문에 실리던 카니발 사망자 OO명이나 강물에 던져지고 실종되는 희생자들과 다르지 않음
영화 안에는 수많은 아르만두가 등장함 처음 찾아갔던 헤시피의 난민공동체 식구들, 연구하다 흩어진 동료들, 부조리를 함께 지켜보던 신원 확인소의 직원들,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 받던 비밀 요원들, 주유소의 시체, 상어 속 다리, 짤막하게 등장했던 독일 재단사 할아버지까지도 모두가 국가 폭력의 목격자나 희생자
그래서 그의 여정은 구체적인 설명도 없는 흔한 신문 한조각으로만 남았어
그리고 그의 핏줄도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함
그렇지만 에우자가 하던 녹취는 '기록'으로 남았고, 그 유산을 잊지 않고 돌려 듣던 사람에 의해서 '기억'되고 '전달'됨
결국 제목인 시크릿 에이전트는 군부독재 시절의 공포에 맞서서 첩보전을 벌이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그 억압과 폭력에 맞서던 역사를, 연대를, 그 기록들을 지키고 기억하고 전달하려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의미가 아닐까
영화 내에서 폭력의 주체며 감시자들은 누굴 죽여도 이유가 뭔지 기억하지 않고 끊임없이 숨기고 지워냄
반대로 주인공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기록을 찾아 헤매고 실종된 어머니가 존재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함
불편하고 외면된 진실을 은폐하거나 찾아헤매는 과거의 행위들은 현재의 상황과 많이 다른가?
필류 감독 전작들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 '헤시피' 얘기를 줄곧 했었음
감독의 고향인 헤시피는 1980년대 브라질 군부 독재 정권을 종식시킨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역사적인 도시로 유명함
브라질의 역사지만 시기도 그렇고 우리와 많이 겹쳐보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계속 곱씹게 됨
+ 한스역을 맡은 독일 대배우 우도 키어님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편안하시길... (감독 전작 바쿠라우 연기도 압권이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