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oreafilm.or.kr/cinematheque/programs/PI_01642
2025년 가을에 시작된 ‘프레더릭 와이즈먼 전작 순회 회고전’이 2026년 여름, 시네마테크KOFA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국 5개 도시의 시네마테크와 예술영화관을 순회하며 45편의 전작을 조명해온 이 대형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맞아, 이번 특별전은 관객 투표와 프로그래머 추천을 거친 10편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시 보고 싶은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349분에 달하는 <임사>(1989)가 1위를 차지했으며, 272분의 <시티 홀>(2020) 역시 상위권에 올랐다. 짧고 가벼운 영상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관객들은 오히려 긴 시간을 기꺼이 내어 다시 마주하고 싶은 영화를 선택했다. 또한 <티티컷 풍자극>(1967), <복지>(975), <고등학교>(1968), <청소년 법원>(1973)은 정신병동과 복지사무소, 학교, 법원 등 와이즈먼의 주요 관심사였던 미국 사회의 ‘제도적 공간(Institution)’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와이즈먼은 흔히 ‘관찰 다큐멘터리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스스로는 자신의 작업을 ‘리얼리티 픽션’이라 불렀다. 카메라는 대상에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편집실에서 무수한 시간의 기록을 사후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에 고유한 질서를 부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인’ 영화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공정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최종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제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보고서라는 뜻입니다. 영화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이고 인상적이며 압축적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김성욱은 와이즈먼이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듣고 볼 권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집중”하여 “제도와 권력이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듣게 만드는 것이 그의 영화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하며, 와이즈먼의 작업을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의 실천”으로 정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즈먼이 관심을 가졌던 바로 그 제도적 공간 중 하나인 공공기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 순회전의 피날레가 열린다는 사실은 특별하면서도 묘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작전을 처음 발의하고 기획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병원 수석프로그래머는 관객 투표작 외에 세 편을 추천했다. <시각장애인>(1986)에 대해 그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제목의 이 영화는 모호하고 다층적이다.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무지(blind)한 우리들에게, 보지 못하는 상태(blind)를 체험하게 하며, 사물과 인간을 제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감동적인 영화”라고 추천사를 썼으며, <백화점>(1983)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은 영화”, <가정폭력>(2001)은 “마약과 알코올로 얼룩진 온갖 형태의 학대와 폭력의 기록”으로 “삶의 끔찍한 단면을 완성"한다고 소개했다.
2026년 2월,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60여 년간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거대한 현대 사회의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이번 특별전은 감독을 기리며, 그가 남긴 영화 세계를 관객들이 더욱 깊이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 이벤트를 함께 마련했다. 상영작별로 각 영화의 스틸과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사진을 담아 필름 프레임 모양의 북마크로 제작하였고, 매 회차 선착순 70명에게 증정된다. 영화를 감상하며 거장의 영화 세계를 차곡차곡 아카이브해 나가는 경험이 프레더릭 와이즈먼과 그의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