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걸》이 세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음에 상처를 안은 파티걸의 로드무비이자, 마카로니 웨스턴이며, 개 영화이기도 하고, 슈퍼히어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이 작품의 외형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 작품의 본질이라고 느낀 것은, 거대한 힘에 의해 억압당하고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이 그 이후 어떻게 살아남아 가는지를 그린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어떻게 정의를 관철할 것인가”를 계속해서 묻는 슈퍼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슈퍼걸은 이미 모든 것을 빼앗기고 상처 입은 뒤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무적의 힘을 지녔으면서도 술에 빠지고, 적에게 쓰러지며, 어딘가 체념을 품은 채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전쟁과 정치, 혹은 일상의 삶 속에서 상처받고 무언가를 잃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였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그녀가 “무적의 히어로”로 존재하는 시간은 놀랄 만큼 짧다.
오히려 카라는 자신의 힘이 지닌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 힘을 휘두르는 데 계속 신중하다.
그렇기에 그녀가 각오를 굳히고 힘을 쓰는 순간은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하늘을 가르고, 적을 물리치는 그 모습은 승리의 상징이 아니다.
상처 입고도 끝내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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