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쯤은 두세달 어디 조용한마을 정착해 지낸 날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로구도 학교 다니고, 애들이랑 어울려 놀고 친구도 사귀고 해보는거지.
처음 학교간날엔 으레 그렇듯 대장같은 애들이 콩알만한 초록 꼬맹이 오니깐 텃세부리는거야. 웜프쥐라고 막 놀리니깐 울 그로구 시무룩해서 귀 8시 20분 돼서 집에 온거지.
쪼끄만 다리로 포다닥 뛰어서 만도한테 안기는데 만도가 보니 애가 이상해. 막 눈이 울멍울멍하고 귀가 올라갈 생각을 안해. 심지어 저녁을 안먹어. 애가 막 두입먹고 남겨.
아무래도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는 것 같아서 만도가 조심스럽게 그로구 학교 가지 말까? 하니깐 그건 또 아니라고 도리도리하는거야. 가고싶다니 안보낼순 없고, 근데 무슨일인지 걱정은 되고.. 만도가 고민고민하다 다음날 걍 그로구랑 같이 학교가서 선생님한테 애가 어려서 걱정된다고 오늘 같이 쉅들어도 되겠냐고 하는거지. 선생로봇이 당황해서 어 어떻게 하죠? 가, 가끔 부모님이 참관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횡설수설 하는데 만도애비는 걍 자리잡고 뒷자리 앉아버리는거지.
애들은 왠 무시무시한 인간병기같은게 들어오니깐 쫄아서 암말도 못하는데 그로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부지가 같이있어서 잔뜩신남. 막 귀 브이자 됨. 하필 그날 수업이 세계사 시간이라 제다이에 대해 다룸. 그로구는 내가 제다이 될수있다구, 내눈으로 다봤다구라서 신나서 막 웅알웅알 삐약삐약 대답함. 만도는 기특한 내새끼 천재구나 생각하면서 그로구만 쳐다보는데 투구 밖으로 막 웃는게 보이는것같고 어깨가 더 넓어지는 것 같고 그런거지.
쉬는시간에 그로구가 포로로 달려가서 만도한테 안기니깐 눈치보던 애들도 슬금슬금 만도한테 다가옴. 와서는 처음보는 100프로 올베스카 갑옷보고 아저씨 이거 만져봐도 돼요..? 누가 쭈뼛쭈뼛 물어보는거지. 만도가 별말없이 그냥 팔 쓱 내주니깐 한두명이 용기내서 만져보다 애들 전체가 슬금슬금 다 몰려오고 순식간에 만달로리안 촉감놀이 시작되는거야. 만도 걍 살아있는 장난감 병정같은거 돼서 애들이 막 안고 만지고 매달리고 깡깡 때려보고 그로구한테 야, 너네아빠 겁나 멋지다, 완전짱이야 하니깐 구쪽이 신나서는 등타고 올라가 본인도 아부지 머리 깡깡 때림ㅋㅋㅋ
그렇게 수업듣고 그날 그로구랑 만도랑 같이 집가는길에 만도가 그로구 데리고 근처 바닷가로 가는거야. 가서 그로구는 해변가 있는 오징어 잡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놀고 만도는 그로구 다칠까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거지. 그러다 오징어 잡은 그로구가 신나서 만도한테 막 자랑하는데 뒤로는 뉘엿뉘엿 노을 지고있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만도는 웃으면서 오징어 잡은 그로구를 들어올려 안아. 그리곤 이거 오징어 잡은거 같이 구워먹자고 하는거지.
오징어가 구웠더니 너무 작아서 만도는 그로구만 배불리 다 먹여줘. 옴뇸뇸 다 받아먹은 그로구는 만도 품에서 잠들어. 만도는 그렇게 잠든 그로구 안고 별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이 갑옷을 벗고 아이를 안는 느낌은 어떨까 생각하는거지. 동시에 갑옷도 투구도 없이 같이 오징어를 먹고, 물놀이를 하고, 그로구가 본인의 수염난 까슬까슬한 볼을 만지작거리다 잠드는, 만달로리안임을 포기하고 다른 삶을 선택한 딘 자린이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엔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거야. 그런 삶은 꿈에서라도 상상해본적 없는데 문득 그순간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후.. 맨날천날 괴상망측한 괴물들이랑 죽어라 싸우는거 말고.. 이렇게 평범한 일상 보내는 모습도 보고싶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