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면, '의미를 비우는 움직임'일 것 같습니다.
외계생명체 등장 이후 호프는 정말 망설임이 없거든요? 직선적으로 달려나가면서, 오직 질주하면서 응징하고 처단하고 전투하는, 표면의 모든 것에 몰두하는 영화입니다.
마치 반공을 외치던 시절에 맹목적인 폭력이 있었듯이, 호포항에 이 존재를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처단하려고 합니다. 그들을 응징하는 데서 굉장한 쾌감을 느끼는 모습이 묘사가 됩니다.
그 밖에도, 진위를 알 수 없는 무용담을 방백처럼 늘어놓는 동네 주민들이라든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만담을 주고받는 인물들이라든지, 끊임없이 농담 따먹기를 한다든지, 마치 의도적으로 정보나 의미를 소거하려는 움직임으로 가득찬 영화입니다.
많은 경우에 캐릭터들은 대화하지 않고 그저 단말마, 비명을 지르거나 욕지기를 내뱉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초연 직후에 많은 해외 관객들의, 특히 팬덤들의 반응이 한국 욕설 대사가 많고, 또 그것을 이렇게 미화하는 반응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사실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크게 재밌다거나 매력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이 욕설 대사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욕설 대사가 가장 정면에서 느껴질 만큼 많은 대사와 정보, 의미 값들이 제거되어 있는 영화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한 저의 리액션은요, 저는 이것조차 꽤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유는요, 방공 푯말은 위협으로 작동하지 않고 시대의 벽지로 걸려 있는 것이 이 호프라는 세계입니다, 스스로 설정한 적이 이미 풍경이 되어버렸을 때, 주인공들이 마치 다른 적을 발명해낸 이후의 전투들 같습니다. 제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야성적이고 거친 스펙터클 이후에 어떤 공허함이 남는데요, 저는 그 공허함이, 이 전투 뒤에 남는 어떤 아이러니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고 보았습니다.
곡성이 해석의 무한증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곳곳에 흩뿌려둔 영화라면, 호프는 의도적으로 해석의 여지들을 차단하고 공허함을 남기려는 영화 같습니다. 인물들의 전사, 영웅성, 서브텍스트는 툭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프는 의미를 잃은 영화일까요, 아니면 의미의 자리를 비운 영화일까요?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저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AsP2nIpSDA
ㅊㅊㄴㄱ